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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 스포츠가 보내준 물건을 찾으러 간다. 프레스타 방식의 튜브를 구할 수 없어 문의를 하니 지원해 주겠다 해서 내친김에 말썽 많았던 휠 문제도 넌즈시 건냈더니 기꺼이 보내주겠다 했었다. 무역회사를 다니는 친구를 통해 하노이에서 물건을 받기로 했었다. 큼지막한 박스가 흐뭇하게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하나씩 자전거에 싣는다. C 4-1니콘 서비스 센터에 가서 어제 맡겼던 렌즈를 찾는다. 다음은 라오스에서 부러진 1.5리터 수통 게이지를 사러 간다. 오토바이 샵은 많은데 자전거 점은 보이지 않는다. 물어 물어 찾아가지만 1.5리터 수통게이지는 없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노점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후원아동을 만나러 오는 박영시 씨가 오늘 하노이에 도착한다고 해서 호텔로 찾아가지만 아직이다. 촬영 전 안면이나 틀까 싶었는데 계속 기다릴 수 없어 그냥 돌아온다. 집으로 오니 우리의 호스트인 세드릭은 오늘도 없다. 친구들이 말하길 2~3일 뒤에나 온단다. 이렇게 잠자리를 제공해 줬는데 인사도 못하고 헤어지겠다.

우리도 이번에 두 번째인 초보 서퍼지만 카우치 서핑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적당히 파악된다. 이렇게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카우치서핑(www.couchsurfing.org)이 회원수가 제일 많고, 호스피탈리티 클럽(www.hospitalityclub.org)이 그 다음이다. 그리고 사이클리스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웜샤워(www.warmshowers.org)가 있다. 처음에는 이런 기회를 통해 잠자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연을 쌓는 계기도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호스트들은 서퍼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는 대만친구 둘이 왔다 아침 일찍 가고, 오늘은 프랑스 친구 하나가 새로 왔는데 보통 다 늦은 시간에 와서 잠만 자고 가니 뭔가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며칠을 묶는다 해도 호스트는 일하러 가고 서퍼는 관광하러 가니 마찬가지 상황이다. 호스트들은 현지인보다는 이곳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더 많다. 그래서 자국민이나 뭔가 공통의 소재 없이는 같이 어울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서퍼들도 보면 알아서 개인 플레이를 한다. 현지인 호스트를 만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 경험이 없어 모르겠다. 그래서 카우치서핑과 호스피탈리티 클럽보다는 웜샤워에 우선으로 접근한다. 사이클리스트만을 대상으로 하니 아무래도 회원수가 적고,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연결되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호스트를 구하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베이징에서 만난 다비드가 그랬다. 그를 통해 웜샤워를 알게 됐는데, 그는 우리를 보고 원하지도 않은 호스트를 자청했으니 사이클리스트라는 동질감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우리는 옥상에 올라와 제논 스포츠에서 보내준 박스를 연다. 완성된 휠 두 쌍과 예비튜브 10개, 자전거 장갑 4개, 펌프가 들어있다. C 4-2우리가 원했던 걸 모두 잘 챙겨 보내줬다.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론 우리의 여행과 블로그가 어느 정도 어필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돈이 없어 생각한 자전거 여행이지만, 이제는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는 여행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20년 동안 자전거 한 번 안 타보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한 우리의 무모한 결정이 대견스럽다. 무모함과 무지함을 잘 구분할 수 있고, 의지가 충만하다면 무모함이야 말로 인생을,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다시 한 번 제논 스포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