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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늦게까지 잠을 잔다. 침대가 굉장히 편안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몸을 긁지 않으면서 잤다. 여긴 벌레가 없음이 확실하다. 친구를 통해 공수된 커피를 뽑는다. C 7-1 C 7-2맛있다. 잠시 노닥거린 후 밖으로 나선다.C 7-3어제 깜깜한 도로를 빗길 속에 달리느라 음기응변 처방한 뒷 짐받이가 결국 내려앉았다. 자전거 샵에 가서 새 뒷 짐받이를 산다. C 7-4이게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택시를 타고 한국음식점에 가서 삼겹살을 먹는다. 아~ 이 얼마나 그리워하던 맛이던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위에 차곡차곡 쌓일 때까지 먹는다. 오랜만에 아니 거의 처음으로 느껴지는 농도 짙은 포만감이다. 그 사이 셋이서 이곳에선 비싼 소주 8병 추가.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른지 굉장히 순하게 느껴진다. C 7-5대낮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먹고 나와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가만히 누워 누군가의 안마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이동할 때마다 타는 택시도 마찬가지다. 우린 미터기를 보면서 조바심을 낸다. 그리고 택시 창밖에 펼쳐진 모습과 내가 격리돼 있음을 느낀다. 저 길은 어제까지 내가 비를 맞으며 달렸던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이란 그렇다. 언제나 현재 상황에 맞춰 생각한다.

비싼 호텔이어서 그런지 웬만한 펍보다 더 집이 좋으니 닭 한 마리 사서 들어가려고 택시를 탄다. 택시기사가 안다고 하고선 길을 몰라 계속 유턴을 하며 미터기를 올리자 짜증이 난다. 실랑이가 붙는다. 베트남 사람들이 몰려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 되고 있는데 두 청년이 나타나 상황을 해결해 준다. 베트남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 그 둘과 함께 한국식 통닭집에 가서 맥주를 마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논다.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끼리 한잔 더.

이틀 동안 친구가 돈을 많이 썼다. 그가 우리를 만나고 쓴 돈이면 우리가 수 주를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고마움은 있지만 미안함은 없다. 그럴 수 있는 친구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사실 그 친구도 그리 부유하진 않다. 한국에 돌아가 꽤나 지갑을 쳐다 볼 거다. 출장 차 오고, 친구 고생스러워 보이니 무리를 했을 뿐이다. 친구에겐 미안해해선 안 된다. 고마워 하면 된다. 그래서 친구가 소중한 거고 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 옆에서 코를 시끄럽게 골고 있다. 계산하지 않는 사람. 그게 친구다. 맛있는 삼겹살도 좋고, 마사지도 좋았다. 그렇지만 그 어느 것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신 할 순 없다. 만나면 서로를 비방하기 바쁘지만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다.

친구 사랑이 각별했던 연암 박지원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친구가 오륜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이유는 그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다. 앞의 네 가지 가치가 흩으러 졌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친구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행의 ‘土’가 제일 마지막에 있듯이 끝에서 앞에 있는 것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친구다.”C 7-7(현재는 오행의 ‘土’가 세 번째, 즉 가운데 위치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18세기에는 좀 달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