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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레이시아 국경마을 조호바루에 도착한다. C 1-1시티은행을 찾아 돈을 뽑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티켓을 끊는다. 이미 지나온 길이고 방글라데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가는 것이기에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이 여행에서 이동수단으로서의 자전거의 역할은 크지 않다. 단순히 여기에서 저기까지 이동하는 게 목적이라면 자전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 소비하는 돈도 버스비보다 크다. 자전거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게 해주면서 이동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물건일 뿐이다.

버스에 올라 좀 편히 가네 싶더니 버스가 고속도로 가운데 멈춰 선다. C 1-2고장 난 버스에서 내려 수리공이 올 때까지 한 시간 이상을 허비한다. 결국 쿠알라룸푸르엔 12시가 다 돼서 도착한다.

늦은 시간이지만 따로 방 잡기도 그래서 카우치서핑을 통해 미리 연락해 둔 친구 마이클에게 전화를 한다. 자다가 깬 목소리지만 불평하는 소리 없이 오라 한다. 길을 좀 헤매다 전화를 하니 오토바이를 끌고 직접 배웅을 나온다. 미국에서 공부한 뮤지컬 연출을 하는 친군데 유머러스하고 밝고 유쾌하다. 졸린 눈을 하고도 계속 농담을 던진다. C 1-3집에 오니 거실에 우리를 위한 매트리스가 깔려있다. 너무 맘에 들어서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만 2주 앞으로 다가온 공연 때문에 너무 바빠서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경비가 철저한 콘도라 카드가 없으면 출입이 안 되는데, 자기에게 카드가 하나밖에 없어 나갈 때 같이 나가고 들어오고 해야 하니 힘들 거라 한다. 게다가 일 때문에 11시는 넘어야 퇴근을 한다고 하니 오늘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정말 아쉽다. 우리를 맞아준 모든 친구들이 고맙지만 이렇게 딱 맘에 드는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겸사겸사 뮤지컬 구경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내일 상황을 더 봐야겠다. 오늘은 정신이 없어 언능 자야겠다. 내일 일찍 같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