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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두어 차례 갖은 술자리에서 무리를 했더니 말레이시아 돈이 바닥났다. 술 먹으라고 효일이 친구가 보내준 돈은 은행에 있으니 그걸로 된 건데 괜히 낭비를 했다는 생각이 쬐끔 든다. 인도 돈으로 바꾸려 했던 싱가포르 돈이 있어 조금 환전을 한다. 말레이시아엔 사설 환전소가 곳곳에 있어서 이 작은 동네에도 마트 안에 하나가 있어 멀리 나가지 않고 환전을 할 수가 있다.

밥을 먹고 돌아와 글을 끄적이는 데 글이 영 안 써진다. 실력 있는 글쟁이가 아니라면 책이라는 자양분이 필요한데, 책은 없고 사념에만 갇혀있으니 원래 그렇긴 하지만 글이 자꾸 논설조로 나간다. 글은 다른 것에 비해 테크닉이라 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서 내공이 없으면 금방 표가 나게 돼 있다. 하필 일기형식의 여행기 방식을 택하는 바람에 수많은 의미 없는 잡담으로 남의 시간을 뺏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개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담배를 피러 작은 베란다에 나가보니 맞은 편 집에 있는 개가 발정이 났나 보다. 숫놈이 계속 대쉬를 하는데 암놈은 내키지 않는 눈치다. 숫놈만 개줄에서 벗어난 걸 보니 개주인이 새끼를 바라고 숫놈만 풀어놓은 것 같다. 그래도 숫놈이 성공을 못하자 개주인이 회초리를 들고 나와 암놈을 굴복시킨다. 딱 포주 같은 주인의 강권 앞에서 암놈은 모든 걸 포기한 듯 엎드리고 그제서야 숫놈은 본능을 발휘한다. 주인과 그의 친구인 듯한 사람의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착잡한 기분이 든다. C 19-1 C 19-2 C 19-3

코창에서 세바스티안과 여러 주제로 토론 아닌 토론을 했었다. 그 중 한 번은 ‘개’에 대한 얘기였다. 물론 시작은 개고기였다. 독일은 개 종자에 대한 수익이 벤츠의 수익보다 많은 정도로 (말이 좀 이상하지만)개강국이다. 어쨌거나 세바스티안은

“개는 사람하고 사는 게 좋아.”
“무슨 소리. 동물은 야생에 있는 게 걔네들에게 제일 좋지.”
“사람들하고 잘 살고 있잖아.”
“그건 사람이 그렇게 만든 거지 개가 원한 게 아니잖아.”
“그래 하지만 아주 오래 전이지. 지금 개가 원하는 건 사람과 사는 거야.”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놓고 개가 원하는 걸로 생각하면 안 돼지.”

독일 역시 토론 문화에 익숙한 나라라 상대방의 의견은 그냥 그런 의견도 있구나 하는 통에 그 얘기는 계속 진행되지 않았지만, 반대 의견에 발끈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인 나로선 영어로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답답했던 기억이다. 왜 이 얘기가 나왔지… 그래 저 암놈을 봐라 그런 생각이 드나. 숫놈은 좋았으려나…

담배를 털고 들어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