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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파키스탄 이미그레이션 또한 인도처럼 여유만만이다. 여권을 들이대니 전기 나갔다며 있다 오란다. 뭐야 이건. 멍하니 한 시간을 보낸다. 형광등이 켜지고 잽싸게 여권을 들이민다. 도장 받고 X-레이 검사대를 은근슬쩍 지나치려 하는데 높게 쌓인 짐을 보고 술 있냐고 묻는다. 짐 많아 죽겠는데 무슨 술이냐 하니 짐 풀러 검사대에 올리라고 한다. 한숨 크게 쉬고 짐을 풀려고 하는데 또 정전. X-레이 검사대가 작동을 멈춘다. 그냥 가란다. 참… 이미그레이션을 나온다. C 1-1

드디어 파키스탄의 도착했다. C 1-2첫 인상은 무슬림 아저씨들이 토삐 쓴 거 말고는 인도와 그리 다를 게 없다. 넓게 난 길을 한참 달리고 있는데 한쪽에서 쉬고 있던 사이클 동호회 같은 사람들이 불러 세운다. 서로 악수하고 사진 한 방. C 1-3이 근방 군인들이란다. 영어를 할 줄 아는 한 사람만 내 옆에 붙어 달리며 쓸데없는 소릴 늘어놓는다. 어느 정도 달리고 서로 헤어진 후 라호르 시내에 도착한다.

좁은 시장 길에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서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C 1-4목이 말라 라씨 집 앞에 멈춘다. 주인 아저씨가 악수를 청한다. 파키스탄 사람은 악수하는 걸 좋아하나 보다. 라씨 한 잔이 굉장히 크다. C 1-5집마다 다르겠지만 여기 라씨는 인도 라씨에서 맛볼 수 있는 요거트 맛보다 우유 맛이 강하다. 그래도 맛있다. 분위기 테스트 겸 가격을 묻지 않고 바로 100루피를 내미니 35루피(약 450원)이라며 65루피를 거슬러 준다. 와우! 인도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래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믿고 살아야지. 기분 좋게 갈증을 해갈하고 먼지 많은 도로를 지나 깨끗한 동네에 도착한다.

부자 동네 같다. 카우치서핑 아저씨네 집에 도착한다. 인사를 하고 역시 악수를 한다. 넓은 방을 내준다. 짐을 풀고 있는데 나를 초대한 샤미 아저씨가 자기는 지금 이슬라마바드 갔다가 월요일에 온다고 하고는 슝~하고 오토릭샤를 타고 떠난다. 난 월요일에 떠날 생각인데 참… 결국 집안일 봐주는 아저씨와 나만 남았다. 아저씨가 영어를 못하는데 계속 퉁명스런 표정으로 뭐라 뭐라 한다. 주인이 자리를 비워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려 했더니 왠 놈이 와서 신경 쓰이게 됐다는 느낌이다.

배가 고파서 식당 어디냐 물었더니 따라오라며 한참을 가다 다른 집에서 아들을 불러 동행시킨다. 아들은 영어를 한다.

“뭐 먹을래?”
“싼 거.”
“중국 음식 좋아해?”
“파키스탄 음식 먹을래.”

부자 동네라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엔 각종 미국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 있다. 뒷골목으로 들어가 작은 로컬 식당에 앉는다.

치킨 커리와 로띠를 시킨다. 인도와 다르게 메뉴에 Veg, Non-Veg 구분이 없다. 닭이나 소, 염소는 당연한 듯 판다. 당연하지. 커리도 고기를 넣고 끓이면 국물이 우러나와 맛이 좋다. 이런 음식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C 1-6계속 고기 고기 떠들어서 고기에 환장한 놈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풀 떼기만 먹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될 거다. 야채도 우리나라처럼 다양하지 않고 콩, 감자, 양파 정도만 계속 먹으면 어쩔 수 없다. 오랜만에 맛있게 로컬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집으로 돌아온다. 이 동네 먼지가 너무 많다. 샤워를 하고 나니 이제 좀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