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람들은 너무 일찍 일어난다. 아저씨가 일을 나가야 해서 나도 억지로 일어난다. 아저씨가 해준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를 먹는다.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이슬라마바드는 라호르보다 고도가 300m 정도 높은데 그 고도가 오늘 다 나타나는 것 같다. 모든 오르막이 그렇듯 한 번에 300m 오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열 번 이상의 고개를 넘는다. 도로 옆은 굉장히 황량하다. 펑크가 난다 가시풀 하나가 박혀있다. 펑크야 흔한 일인데 혼자다 보니 바퀴를 빼고 껴는 게 좀 불편하다. 뒷바퀴에 펑크가 나면 좀 짜증날 듯하다.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방귀가 뿡뿡 나오고 배가 살살 아프다. 목적지를 30km 쯤 남겨둔 시점부터는 방귀끼가 설사끼로 바뀌어 곤란한 상황이 된다. 도심에 들어선 대로를 달리고 있어서 주변에 가게며 화장실도 없고 숨어서 볼일 볼 데도 없다. 괄약근에 힘을 꼭 주고 카우치서핑 친구네 도착한다. 더워서 나는 땀인지 식은 땀인지 땀이 비오 듯 쏟아진다. 예의 불문하고 카우치서핑 친구와 인사를 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간다. 설사를 쏟아낸다. 그래도 복통은 주기적으로 더욱 고통스럽게 찾아온다. 이 집은 학생들이 쉐어하며 살고 있는 집인데 다행히 나를 초대해 준 친구가 의대생이라 우선 잠을 자는 게 낫겠다며 편의를 봐준다. 짐만 안으로 옮겨놓고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오한이 찾아온다. 태국에서 신종플루 의심됐던 병 이후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잠자리에 눕는다. 여전히 주기적으로 복통이 오고, 온몸이 괴롭다. 웬만해선 약을 먹지 않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복통약과 설사약을 먹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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