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오래 잤다. 복통은 다 사라진듯하다. 하루 만에 회복이 돼서 다행이다. 아침 먹으라고 쁘라따와 계란 후라이를 줬는데 아직 속이 좋지 않아서 기름진 건 못 먹겠다. 먹는 시늉만 한다. 날 초대해 준 아심이 페트병 하나를 건넨다. 라임과 소금을 약간 섞은 물이다. 배탈 났을 때 먹는 이 동네 민간처방이다. 어제 설사를 너무 쏟아내서 수분이 부족한지 1.5L 페트병을 다 마시고도 갈증이 나 물을 계속 먹는다.
몸에 힘이 없어 오늘 하루는 쉬고 싶은데 이란 비자를 신청하러 가야 한다. 금, 토, 일이 공휴일이라 오늘 안 하면 3일을 그냥 보내야 한다. 기력 없는 몸을 이끌고 자전거를 타고 이란 대사관으로 향한다. 듣기로는 어느 지점에서 카메라니 뭐니 다 맡기고 대사관만 순환하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던데 자전거를 타고 뒷길로 들어가니 간단한 여권 검사만 하고 통과된다. 여기저기 검문소가 많기는 하다.
이란 대사관에 가니 문도 잠겨있고 뭐가 아무것도 없다. 잘못 왔나 싶었는데 문을 두드리니 조그만 창문이 열리고 비자 신청서 두 장을 건네며 작성하라 한다. 작성하고 건네니 윗선에 전화를 걸어 날 바꿔준다. 비자피 3600루피(약 46,800원)을 내야 신청이 완료되는데 비자가 거부되거나 취소해도 환불은 안되고, 한 달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알았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거부된 경우가 없다는 정보를 본 적이 있고, 달리 방법도 없다. 입금표를 받아서 대사관 지역 밖에 있는 은행에 가서 돈을 내고 영수증을 갖다 준다. 그러자 전화번호를 주면서 15일 이 지난 후에 전화를 해 보란다. 알았다 하고 나온다.
오늘따라 날씨가 무지하게 덥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땀이 많이 난다. 나온 김에 플랜 파키스탄을 찾아간다. 담당자인 샤지아 아줌마를 만나 언제 PU지역을 둘러볼지 정한다. 이란 비자 기다리는 동안 훈자 갔다 올 거라고 하며 3주 뒤쯤으로 날을 정하고 나온다.
집으로 돌아오니 기진맥진이다. 어제 아침 토스트 몇 조각 먹은 거 말고는 음료수와 물만 먹었다. 기름진 건 도저히 못 먹겠어서 토마토와 참외를 사와 끼니를 때운다. 집에 인터넷이 돼서 오랜만에 뉴스 좀 훑어본다. 저녁을 먹을 때가 됐는데 국물 음식이 먹고 싶다. 누나가 보내줬던 멸치와 다시마가 있어서 호박, 마늘, 양파, 계란, 밀가루를 사와 수제비를 만든다. 아심과 또 다른 서퍼인 페드로 그리고 또 한 친구와 같이 먹는다. 다들 잘 먹는다. 오랜만에 국물 음식을 먹으니 좋다.
저녁을 먹고 좀 쉬고 있으니 아심이 전망 좋은 데가 있다고 가자 한다. 아심과 그의 친구 둘, 페드로와 함께 간다. 어디나 대도시는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가게는 모두 비싸다. 야경을 구경하고 중턱으로 내려오니 고급 카페촌이 있다. 그 사이엔 작은 사원도 있다. 슬슬 산책하며 노닥거린다. 모두들 미국 유학을 갔다 왔거나 산 적이 있어서 영어가 너무 유창한 게 내겐 좀 흠이다. 집으로 돌아온다.
걸어두었던 동영상 업로드가 다 됐길래 여행기를 올리려고 했더니 정전이 된다. 여기도 주기적으로 정전이 된다. 여행기는 내일 올려야겠다. 그나저나 레알과 바르샤의 4연전이 만들어졌던데 이걸 어디서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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