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잤다. 창문을 큰 천으로 커튼처럼 쳐 놓아서 불을 켜지 않으면 깜깜하다. 내가 자고 있으니 아무도 불을 켜지 않고 있었나 보다. 이제야 몸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온 것 같다. 페드로가 떠난다고 인사를 한다. 그래 포르투갈에서 보자.
학생들이 머무는 곳이라 집안 일을 봐주는 아저씨가 밥을 잔뜩 해 놓으면 애들이 알아서 먹는다. 오늘은 치킨 비르야니를 한 솥 만들어놨다. 입맛이 돌아온 건 아니지만 나가기도 귀찮고, 돈도 아낄 겸 나도 껴서 같이 먹는다. 애들이 모두 착하다. 특히 아심은 잘 생긴 게, 예의도 바르고, 배려심도 깊다. 좋은 의사가 될 거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훈자로 가는 버스편도 알아보고 정보도 찾아본다. 중앙 아시아 나라들의 비자만 받기 수월했다면 자전거를 타고 도전해보고 싶은데 상황이 이러니 정신적으로는 아쉬움이 남고, 육체적으로는 다행이다. 아심에게 음악과 영화를 나눠준다. 한국 영화 좀 달라는데 재미있는 건 이미 보고 지워버려서 뭘 줘야 할지 모르겠다. 새로 다운을 받으려 해도 너무 느려서 힘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잘 만든 한국 영화 몇 편 영어 자막이랑 해서 갖고 다닐 걸 그랬다. 영화와 음악 파일 줬다고 내게 뭘 건넨다. 어디서 났는지 미군용 전투 식량이다. 우리나라 전투식량은 정말 보잘 것 없는데 미국 건 정말 좋구나.
새로 아이팟 터치를 사와서 인터넷이 되는 곳에선 문자로 나마 친구들과 노닥거릴 수 있어 좋다. 가격 때문에 고민했지만 중고라도 하나 사오길 잘했다. 몸이 안 좋아 이틀 동안 카메라랑 캠코더를 들지 않았다. 내일부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겠다. 좀 귀찮아도 기억을 남기는 건 중요하다.
'Production[Story] > S#20. Pakist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C#10. 훈자로 가는 길 (4월17일 am10:00 ~ 4월18일 am1:00) (4) | 2011.05.02 |
---|---|
C#9. 영화 관람 (4월16일 pm1:00 ~ 4월17일 am6:00) (1) | 2011.05.02 |
C#7. 이란 비자 신청 (4월14일 am6:30 ~ 4월15일 am3:00) (0) | 2011.05.02 |
C#6. 설사병 (4월13일 am6:30 ~ 4월13일 pm5:00) (1) | 2011.05.02 |
C#5. I am a poorman. But my heart is rich (4월12일 am8:30 ~ 4월13일 am12:00) (4) | 2011.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