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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좀 일찍 일어난다.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있다. C 10-1짐을 옆 방 구석에 있는 창고 같은 데 집어넣고, 아저씨가 해준 쁘라따와 게란 후라이로 아침을 해결한다. 버스 터미널은 라왈핀디 북쪽에 있다. 집에서 6km 정도 떨어진 거리다. 비가 그쳐 나갈 준비를 한다. 아심이 친구의 차를 빌려 데려다 준다. C 10-2터미널에 도착해서 표 끊는 것도 도와 준다. C 10-3훈자까지 버스비는 1920루피(약 25,000원)이다. 훈자에 가기 100km 쯤 전에 ‘길깃’이란 도시가 있다. 그쪽 지역의 중심진데 서양인들은 보통 길깃에서 트레킹을 많이 하고 동양인들은 훈자로 많이 간다고 한다. 동양인이라고 해봐야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길깃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훈자까지 가는 미니버스를 타는 게 더 저렴하다고 해서 그걸 알아보려 했는데 아심이 어느새 훈자행 버스를 끊는 바람에 그냥 그 티켓을 산다. 버스 위에 짐을 얹고 담배 한 대 피고 아심과 헤어진다. 아심이 가고 나서 길깃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물어보니 1650루피(약 21,500원)이랜다. 가서 미니버스 찾고 또 그 차비 생각하면 얼마 차이도 안 나는 거 바로 가는 걸로 끊길 잘 했다.

햇살이 뜨겁다. 차 안도 후끈하다. 에어컨 버스라 써있는데 에어컨은 틀지 않는다. 버스가 출발하고 눈 좀 너무 흔들린다. 노면의 문제가 아니라 버스 자체의 문제다. 그래도 꿋꿋이 잠을 잔다. 난 악조건에서도 참 잘 잔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버스가 덜컹거려 눈을 뜬다. 100km 쯤 달렸는데 벌써 주변 풍경이 바뀌어 있다. 산동네의 경치가 좋다. C 10-4좀 더 가니 멀리 거대한 설산이 보인다. 경치가 좋아 잠 자기가 아깝다. 한참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몸에 한기가 온다. 추운데 왜 에어컨을 트냐 하고 있는데 에어컨을 튼 게 아니라 천장 덮개가 고장 나 바깥 바람이 들어오는 거였다. 벌써부터 춥네. 긴 옷을 다 위에 실어서 입을 게 없다. 오늘 밤은 완전 떨면서 나게 생겼다.

휴게소에 도착한다. 구준해서 머핀과 짜이를 한 잔 먹는다. 추워서 밖에 못 있겠다. 바로 들어온다. 잠시 후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눈인사를 주고 받았던 아저씨가 들어와서 지금 훈자가는 길 세 군데가 막혀서 버스가 다시 라왈핀디로 돌아가고 내일 같은 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엥? 이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의 동요가 있는 걸로 봐선 무슨 일이 있긴 한가 본데 잠시 후 버스는 다시 앞으로 달린다.

이제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뒷자석에 아무도 없길래 그쪽으로 가서 눕는다. 이제 길까지 안 좋다. 차가 너무 흔들려 몸이 들썩거린다. 오늘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차례 검문소를 지나고 다시 휴게소. 짜이 한 잔. C 10-5같은 버스에 오른 아저씨가 자기 집이 훈자라며 여행자인 나를 반긴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뭘 묻고 해도 치근덕거리는 느낌이 아닌 따뜻함이 베어있다. 그리고 지금 훈자로 가는 버스의 사람들은 그 느낌이 더 하다. 점점 더 기대하게 된다. 오늘 밤만 잘 버티면 천국에 도착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