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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한시도 가만히 달리지 않아서 머리를 기대면 계속 튕겨낸다. 몸만 기댄 체 꾸벅꾸벅 졸았더니 목이 뻐근하다. 이런 길을 달리니 차가 정상일 리 없다. 차도 길도 모두 엉망이다. 깎아지는 듯한 민둥산 풍경은 여전하다. 12시쯤 알리아바드에 도착한다. C 12-1여기서 스즈끼라 불리는 작은 개조 트럭이나, 봉고차, 지프차 등을 타고 훈자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마을버스처럼 다니는 사람 꽉 채운 스즈끼가 당연히 제일 싸다. 훈자라는 말은 원래 이 지역 전체 계곡 지형을 가리키는 훈자 벨리에서 나온 말이다. 유명한 훈자 마을의 정식 명칭은 ‘카리마바드’다. 그래서 훈자라면 못 알아 듣고 카리마바드라고 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다는 글을 읽었는데 여행객들이 많이 와서 훈자를 찾아서인지 이제는 훈자라고 해도 알아듣는다. 25루피(약 325원)짜리 스즈끼를 타고 카리마바드에 도착한다. 높은 산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다. 첫 인상은 기대한 만큼 훌륭하진 않다. 이곳까지 오면서 봤던 풍경이 둥글게 쌓여있을 뿐이다. 완전히 다른 버젼을 기대했는데 업그레이드 판이었다.

완전 비수기는 아닌데 여행객이 하나도 안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 복은 많은데 여행객 복은 없나 보다. 몇 몇 추천 숙소 중엔 사람이 없어 문을 닫은 곳도 많다. 저렴하다는 숙소에 가니 150루피(약 2,000원)을 부른다. 몇 년 된 정보이긴 했어도 50~100루피 사이었는데 좀 올랐다. 한국음식이 된다는 다른 숙소에 가니 역시 도미토리가 150루피다. 전망이나 방 형편은 먼저 갔던 곳이 좋은데 주인 할아버지에게서 장사꾼 냄새가 나서 순진해 보이는 청년이 관리하는 카리마바드 인에 여장을 푼다. 침대 다섯 개 있는 도미토린데 사람이 없으니 혼자 쓰는 큰 방이 됐다.

배가 고파 밥을 먹는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지 한글로 된 메뉴판도 있고, 김치 관련된 요리도 있다. 헌데 지금은 김치 없단다. 손님도 없는데 혼자 김치 만들어 먹을 리는 없다. 그나마 누들 스프가 있어 시킨다. 코딱지만한 현지 라면에 야채 좀 넣고 계란 풀고 밥 조금 준다. 고추가루 달래서 쳐 먹는다. 이런 것도 반갑다. C 12-2

바람은 차고 햇볕은 뜨겁다. 구름이 해를 가리니 꽤 춥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니 몸이 바들바들. 깔깔이를 꺼내 입는다. 46시간 동안 쿵꽝거리는 버스에 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침대에 누워 영화 한편 본다. 그 와중에 전기가 나왔다 들어왔다 한다.

배가 고파 어두워진 거리로 나온다. 숙소 주인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아 다른 로컬 식당을 찾아본다. 사람들이 보내는 눈빛이 따뜻하다. 이 작은 곳에 많은 여행객이 왔다 갔을 텐데 아직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듯하다. 구석진 곳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간다.C 12-3 숙소 식당보다 조금 싸다. 전반적으로 도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간에 있는 곳이라 기본적으로 유통비가 많이 들어서 일거다. 주는 데로 받아먹는다. 큼지막한 난과 닭고기 야채커리. 이건 커리보다 우리식 카레맛이 더 난다. 먹을만하다.C 12-4

깜깜한 밤 반대편 중턱에 있는 집들의 불빛이 예쁘다. 하늘의 별도 많다. 달빛에 훤하게 보이는 설산의 모습이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시간이 많으니 조금씩 조금씩 산책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