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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동네 구경에 나선다. 햇볕이 뜨겁다. 햇볕 아래에서는 반팔을 입어도 덥고, 그늘에 들어가면 깔깔이를 입어야 될 정도로 쌀쌀하다. 가벼운 카메라만 하나 들고 마을 주변을 걷는다. 오늘은 차가 다니는 메인 길을 쭉 걸어볼 생각이다. 숙소가 마을 초입이라 쭉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 C 13-1

마을 초입에 있는 숙소 지역을 벗어나면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 나온다. C 13-16기념품 상점이 간간히 보이고 식료품 가게, 식당들이 있다. 좀 더 걸어가면 상점들이 로컬 분위기로 바뀌고 학교가 있다. 거길 지나면 현지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나온다. C 13-7C 13-10여기저기 벗꽃 나무, 살구 나무들이 있다. 꽃이 핀 나무도 있다. C 13-2모두 만개하면 설산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 연출될 것 같다. C 13-8산 지형이라 계단식으로 돌을 쌓아 나무를 기르는데 구로자와 아끼라의 영화 ‘꿈’의 ‘도화’편에 나오는 장면과 유사하다. 여기저기 곧게 뻗은 자작나무도 운치를 더한다. C 13-3C 13-4

지나가는 사람들은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C 13-11C 13-9아이들도 수줍은 듯 다가와 사진 찍어달라 한다. 추위에 트고, 햇볕에 그을려 붉게 물든 아이들의 피부가 꾀죄죄하다기 보다 정감이 어려있다. C 13-13C 13-12모두들 유명 관광지의 사람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전형적인 파키스탄 사람이라기보다 왠지 그리스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렉산더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간다라 양식을 완성했던 그리스인들이 위쪽으로 올라와 정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워낙 고립된 곳이었으니 천 년이 넘게 지났어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해본다. C 13-14

무슬림의 영향도 적게 받는지 여자들의 모습이 한결 자유로워 보인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등 따시고 배부르니 ‘신’이라는 걸 만들어 헛소릴 늘어놓는 거지. 이런 척박한 곳에서는 허울뿐인 신보다 자연 그 자체에 따르며 순응하는 게 더 합리적인 삶의 방식일거다. C 13-5

동네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데 두어 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릴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어디서나 암벽으로 된 산과 그 뒤로 설산이 보인다. 풍경 하난 정말 좋다. C 13-6

숙소로 돌아오니 터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여행자 둘이 와 있다. 어느 정도 비슷한 공감대가 있어 대화를 나누고 들어온다. C 13-15

한국사람이 많이 찾는 숙소라 한국 책이 꽤 많다. 책 한 권을 들고 와 읽는다. 3시쯤 되자 날이 흐리고 추워진다. 어제도 그랬다. 오전엔 맑고 오후엔 흐린 날씨가 되는 패턴인 듯 하다. 오전에 산책하고 돌아와 책을 읽는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책이나 실컷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