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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어젯밤은 너무 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버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길이 막혀 뒤로 돌아가는 대신 휴게소에서 하루 머물기로 결정했는 모양이다. 아침엔 비까지 계속 내려 추위에 떤다. C 11-111시쯤이 되자 비가 그치고 해가 비친다. 이제야 좀 살겠다. C 11-2

이 동네 산은 대부분 벌거숭이 산이라 산사태가 자주 일어날 것 같다. 길이 언제 뚫릴지 모른다. 하염없이 기다린다. 3시쯤 되자 정차 돼 있던 차들의 경적이 울리고 사람들이 버스에 오른다. 이제야 길이 뚫렸나 보다. 나도 버스에 오르고 차가 출발한다. C 11-3굉장히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본다. 변함없이 가파른 민둥산 둘레에 만들어 놓은 길을 천천히 천천히 이동한다. C 11-4멀리 설산이 보이고, 절벽 아래엔 흙탕물이 거칠게 흐른다. 어떻게 저런 곳에 집을 짓고 살까 싶은 곳에 작은 군락이 듬성듬성 보인다. 넓은 공터는 없지만 경사진 곳에서도 아이들은 크리켓을 하고 놀고 있다. 그리고 다시 어둠이 깔린다.

휴게소에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배가 고프지 않다. 짜이 한 잔 마실 뿐이다. 다시 버스가 출발한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버스가 다시 멈춘다. 집채보다 큰 바위가 절벽에서 무너져 내려 길을 막고 있다. 승객들이 내리고 짐을 내린다. 맞은 편에 있는 버스로 갈아타란다. 양쪽에서 오던 버스끼리 승객을 교환하고 돌아가나 보다. 짐을 내린 덕에 옷을 꺼내 입을 수 있게 됐다. 갈아탄 버스가 출발한다. 난 캣파워의 ‘문 픽스’ 앨범을 플레이 한다. 여행길 야간 버스에선 이 앨범만한 게 없다. 그것이 혼자라면 더더욱… 이어지는 조니 미첼의 ‘블루’앨범… 이것도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