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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도미토리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인 여행자다. 좀 더 자려다가 그냥 일어난다. 어제 오늘 손님이 제법 늘었다. C 14-1터키 친구들이 같이 아침 먹자 해서 엉겁결에 끼어 얻어 먹는다. 한국인 여행자는 부부와 아이, 부인의 동생이다. 동생만 따로 도미토리에 묶나 보다.

오늘 오전 산책 코스는 이곳에서 제일 높은 산책길인 Eagle’s Nest 다. C 14-22시간 정도 올라가야 한단다. 양말 신기 귀찮아 그냥 슬리퍼 신고 슬슬 걸어간다. 산등성이 뒤편으로 나 있는 길로 넘어가니 또 다른 마을이 있다. 마을 분위기는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건네니 어느새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가 그러면 쉽게 전염된다. 산 초입을 헉헉거리며 오르고 있는데 하굣길의 아이들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쫓아오며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언제나 놀랍다. 차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가더니 이내 멈춘다. 태워주겠단다. 군말 없이 탄다. Eagle’s Nest라 불리우는 정상 바로 아래 있는 호텔 직원들이다. 덕분에 쉽게 올라간다.

봉우리에 오르니 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C 14-3앉아서 멍하니 경치를 바라본다. 난 뭐든 쉽게 질리는 타입이라 유적이나 풍경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한번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턴 그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 만나 노는 게 좋다. 근데 이곳 풍경은 그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런지 한번에 질리지가 않는다. C 14-43일 동안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데도 계속 쳐다보게 된다. 멋진 경치다. 한동안 바라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C 14-5

내려오는 길. 같은 차가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걸 천천히 내려가고 싶다 하고 걷는다. 산 구경, 살구꽃, 벗꽃 구경 그리고 등하굣길의 아이들과 잡담이 이어진다. C 14-6C 14-10이곳 아이들은 먼저 다가와 “one picture! one picture!”를 외치고 사진 찍어주면 땡큐!하고 간다. 내가 고마워할 일인데… 근데 간혹 몇몇 아이들은 “one pen. one chocolate” 덧붙이는 아이가 있다. 누군가가 사진을 찍고 건넨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냐 만은 아이들에게 댓가성 선물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렇게 변질돼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Give & Take의 원칙을 배우면 안 된다. Give가 순환되어 Take로 돌아오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이 정겨운 마을이 언제까지나 지금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행객은 그걸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C 14-11C 14-13C 14-12C 14-7

C 14-9집으로 돌아와 책을 본다. 참 여유롭고 좋다. C 14-8저녁을 먹으려고 나오니 한 자전거 여행자가 와 있다. 중국앤데 이슬라마바드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한 달 휴가를 받아서 자전거 타고 이곳에 왔다. 역시 자전거 여행자끼리는 공감대 형성이 빠르다. 오토바이 여행자인 터키 아저씨들과 함께 자리해 ‘훈자워터’라 불리는 이곳의 전통술을 마시며 노닥거린다. C 14-14잠시 후 다른 여행자들도 합류한다. 터키 아저씨 중 하나가 보는 사람마다 끌어 앉힌다. 어디 가나 이런 유쾌한 주동자 아저씨가 하나씩 있다. 이런 저런 잡담이 오간다. 모임의 아이가 있으면 모든 관심은 그 아이에게 쏠리기 마련. 아이가 낯가림이 별로 없어 잘 논다. 힘들겠지만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다. C 14-15

한참을 떠들다가 방으로 들어온다. 혼자 쓰던 도미토리는 이제 세 명이 됐다. 혼자 쓰는 편안함보다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더 좋다. 심심한 건 딱 질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