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5. 라덴은 죽고, 난 아프고 (5월2일 am11:30 ~ 5월3일 am3:00)
2011. 6. 14. 05:16 |통풍증세는 변함이 없다. 원래 이 정도 통증이 오면 삼 사일간 발이 부풀어 오르면서 걷기도 힘들어지는데, 피가 쏠리지 않게 누워만 있었더니 더 이상 악화되진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차도도 없다. 한동안 절뚝거리며 움직여야겠기에 아무래도 플랜 파키스탄 방문은 미뤄야 할 것 같아 담당자인 샤지아 아줌마에게 전화를 건다. 샤이자 아줌마는 마침 오사마 빈 라덴이 죽어 오늘 출근을 안 했다며 안 그래도 방문 일정을 다시 잡으려 했다는 말을 한다. 오사마 빈 라덴하고 그거하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잘 된 일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잘됐다고 하는 건 좀 그렇지만…
걷기가 불편해 매트리스에 누워 인터넷 질과 영화 감상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뉴스를 보니 오사마 빈 라덴이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살당했다는 기사가 뜬다. 이것 때문에 안전상 출근을 안 한 것이었다. 하마터면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같은 무슬림의 죽음으로 애도하는 차원에서 휴일을 가진 걸로 오해할 뻔 했다. 시간을 번 건 다행인데 이 사건이 앞으로 여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도발 관련된 뉴스 보듯이 전혀 동요되지 않는 모습이다. 또 언론에선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떠들어대고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도대체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훈자에선 늘어져있어도 뭔가 여행하는 기분이었는데 이곳에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주는 데로 밥만 꼬박꼬박 얻어먹는 폐인느낌이다. 일주일은 지나야 완쾌가 될 텐데, 집에서 꼼짝 안하고, 인터넷 하지 않고 알찬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뭐 없을까? 고민 좀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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