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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통증이 좀 심해졌다. 붓기는 그대론데 통증만 더해지는 경우는 또 처음이다. 어차피 아플 거며 붓기도 올라와서 동정이라도 받아야 이렇게 꼼짝 않고 늘어져있음의 당위성이 생길 텐데,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을 만큼 살짝 부은 발을 가지고 움직일 때마다 인상을 쓰게 되니 체면이 서질 않는다. 여행 중 첫 통풍은 봉화직염과 같이 오더니 여기선 설사병 이후에 통풍이 찾아와서 아주 약골처럼 인식되겠다. 여전히 일주일 동안 알찬 시간을 보낼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하고 다운 받아놓은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무한도전만 받아보다가 한국에 갔을 때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이라 ‘위대한 탄생’을 즐겨봤었는데, ‘나는 가수다’를 보니 너무 실력차가 심해서 ‘위대한 탄생’은 못 보겠다.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는 크다는 걸 느낀다. 프로도 정말 탑 클래스들이다 보니 내 생애 이렇게 노래를 집중해서 보고 듣는 것도 처음이지 싶다. 노래를 부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난 에디 베더를 첫 손에 꼽는데, 오늘 임재범의 노래는 그에 못지 않더라. 다른 가수들도 자신들의 장르에 다 훌륭하고… 이런 가수들의 모습을 예능의 포맷으로 보게 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프로그램만큼은 시청률 연연치 않고 오래 갔으면 좋겠다. 프레디 며큐리의 죽음 이후 가요를 폄하하며 팝 음악만 줄곧 들었는데 덕분에 우리나라 음악도 찾아 듣게 됐다. 여행 떠난 이후 한국영화를 즐겨보게 된 것처럼 먼 길을 돌아 내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내가 태생적으로 뿌리를 두고 있는 문화 속에 서서히 젖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정말 값진 깨달음이다.

그나저나 그 훌륭한 가수들이 겸손해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가끔씩 만들어 올리는 노래들이 굉장히 부끄러워지고, 누군가에겐 정말 짜증나는 일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