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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오늘도 날씨는 40도를 찍고 있다. 5일째 방구석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 환장할 노릇이다. 친구가 몸이 괴로우면 영혼도 망가지기 쉬우니 건강에 유의하라는 말을 했는데, 병이 주는 직접적인 통증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허공에 날려버리고 있는 이 시간들과 그걸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영혼을 망가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보는 아저씨가 방에 들어와 먼지 가득한 에어컨 커버를 뜯어내고 수리한다. 에어컨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먼지 상태로 보면 꽤 오랫동안 사용을 안 한 듯 한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심은 고쳐진 에어컨을 보며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을 거라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역시 예상대로 나 때문에 일부러 에어컨을 가동시킨 듯 하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이지만 집에서도 짧은 옷을 입지 않을 정도로 이들에겐 못 견딜 날씨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어컨은 아껴 트는데 하물며 집세 내며 사는 이곳 학생들이랴… 바보 같은 모습으로 폐만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통풍의 통증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창을 닫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좌변기에 앉아 담배를 핀다. C 28-1꾀죄죄하게 그을린 삐쩍 마른 몸으로 절뚝거리는 나의 모습을 보니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병이 영혼을 망가뜨린다면 그 시작은 무기력한 제 모습에 대한 비하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