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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 남긴 닭고기로 아침을 해 먹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중요한 프로그램 두어 개가 계속 문제를 일으켜 미치겠다. 새 프로그램을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오늘도 계속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터키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 반도 안 지났고 주요 관광지가 많이 남았는데 벌써 터키가 좋다. 친절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일례로 한달 동안 소비한 금액이 정확히 132.55리라(약 82,700원)밖에 안 된다. 소비금액과 사람의 친절이 정확히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상관관계는 충분히 형성된다. 터키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건 거의 불가능한 금액이다. 80,000원이면 게스트하우스 두세 밤에 끝난다. 스스로도 놀라워서 메신져를 하며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터키 물가 싸구나…” 터키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아주 조금 싸다. 기름은 리터당 2,700원 정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 제일 싼 담배도 2,700원정도, 말보로는 4,300원이 넘는다. 군것질 거리는 2,000원 내외. 한끼 밥 되는 음식은 5,000원 내외다. 그것도 최근 터키 환율이 곤두박질쳐서 그런 거다. 그 와중에 저 금액으로 여행 중 처음으로 체중을 늘리고 있다. 심카드 충전한 거 빼면 70,000원으로 한 달을 버틴 건데, 아끼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택도 없는 금액으로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건 순전히 사람들이 좋은 거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것도 우연히 한두 번 좋은 사람 만나는 걸로는 안 된다. 계속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거다.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고 있다. 터키가 사랑스럽다.

퇴근한 지한이 오늘은 스파게티를 해준다. C 31-1이놈 음식 잘한다. 너무 좋다. 독일애가 카우치서핑 연락이 왔는데 받아도 되냐고 묻길래 그걸 왜 나한테 묻냐 했더니 내가 불편해 할까 봐 그런단다. 정말 가지가지로 감동을 주는 구나.

보통 2주가 지나면 그 나라가 지겨워지는데 한 달이 지났고, 계획한 루트의 반도 안 왔는데 여전히 이 나라 여행이 즐겁다. 터키 여행을 적극 추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