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이 오믈렛과 샐러드 빵으로 아침상을 차려준다. 밥을 먹고 있는 중에 한 친구가 온다. 이 친구도 참 순진해 보인다. 지한은 이 동네가 고향이 아니라서 동네 토박이 친구를 불러 동네 구경을 시켜주고자 하는 거다. 밥을 먹고 동네 구경에 나선다.
사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내일부터 출근해야 해서 둘러보기로 했다. 지한의 친구는 영어를 잘 못해서 지한이 중간에서 통역을 해준다. 처음 간 곳은 이 동네에서 유명했던 정치가의 생가를 박물관처럼 꾸며놓은 곳이다. 그가 살았던 때의 생활 모습을 재현해 놓고, 물품들도 전시돼 있다. 지한도 처음 와 봤단다. 그러게 현지인 누가 이런데 관심을 갖겠어. 뒤 뜰을 둘러보니 무궁화가 보인다. 무궁화조차도 반갑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딱 우리나라답게 생긴 게 참 마음에 든다.
다음은 피사의 사탑 같은 게 있다고 해서 갔는데 기울어짐도 부족하고 철근줄로 쓰러지지 않게 잡아놓은 모습이 애처롭다.
다시 동네서 제일 큰 모스크를 둘러보고, 7천년 된 나무가 있다고 해서 놀라워하며 보러 갔는데 이 놈이 숫자를 착각해서 7백년을 7천년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크긴 하지만 7천년 된 나무라 해서 기대가 컸는데 실망스럽다. 날이 더워 그 정도로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시원한 아이란을 한잔 마신다. 지한은 담배까지도 꼼꼼히 챙겨준다. 고마워서 저녁은 내가 만들겠다고 한다. 어제 한국음식에 대해 궁금해했었다. 재료나 소스가 없어 마땅히 할 게 없다. 다행히 아직 국물용 멸치를 가지고 있어서 수제비를 만든다. 이게 제일 만만하다. 수제비를 한 땐 호박이 필요해서 항상 호박전도 같이 만든다. 수제비만 내놓으면 아무래도 없어 보이니까. 맛있다고 잘 먹긴 하는데 표정에선 진짜인지 그냥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호박전은 맛있어 하는 거 같다.
내가 세 번째 서퍼인데 다른 서퍼도 그 나라 음식을 해줬다며 카우치서핑해서 좋다고 방끗이다. 신세를 지는데 이런 걸로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어 나도 좋다.
내일부터 일 나간다고 열쇠를 건네준다. 빈집에서 이틀만 늘어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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