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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잘자고 일어난다. 친구들이 피데를 사와서 아침을 먹는다. C 25-1그리고 잠시 후 한글을 배우고 있는 무랏이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들고 온다. C 25-2C 25-4차와 함께 마시며 한동안 노닥거린다. 좀 늘어져 있은 후 자전거 정비를 한다. 이제 대충대충 임기응변이 늘어서 생각보다 금방 처리한다. 방에 들어오니 친구들은 기도를 하고 있다. C 25-3어른들도 모이는 이곳에 오는 친구들이니 무슬림 룰도 잘 지키는 친구들 일거다.

기도 후 밖으로 나간다. 담배 피러 나가자 해서 카메라를 놓고 왔는데 동네 구경 하자고 걷기 시작한다. 뭐 특별한 게 있는 도시는 아니다. 특별한 것도 없고, 작고, 교통 허브 도시도 아니라 여행객이 올 일이 없는 도시다. 작은 언덕에 올라 동네를 둘러보고, 온천이 흐른다는 곳에 간다. 저 멀리 있는 호텔에는 제대로 된 온천이 있다 하는데, 도로 가에 있는 작은 공원에도 물을 흐르게 해놔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 더러 있다. 다시 이동. 오래된 모스크에 간다. 큼직한 돌덩어리로 지은 꽤 오래돼 보이는 모스크가 있다. 친구들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니 재미있다.

한동안 돌아다녀 구준해져서 케밥을 먹으러 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기를 꼬챙이에 겹겹이 쌓아서 돌려가며 옆불로 구운 후 조금씩 잘라내 야채와 함께 밀빵에 말아주는 케밥이다. 여기는 넓적한 빵에 샌드위치처럼 준다. 이건 수많은 종류의 케밥 중에 ‘도네르’케밥이라 부른다. 여기선 그냥 ‘도네르’라 부른다. 내가 계산을 하려 했더니 너무 강력한 힘으로 밀어내서 계속 얻어먹는 처지를 유지한다. 전화기에 문제가 있었는데 마침 무랏의 친구가 통신회사에 다녀서 깔끔하게 해결.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다. 집에 들어와 잠시 쉰다.

그 사이 또 아이스크림과 해바라기 씨를 사와서 먹는다. C 25-5얘네 해바라기 씨 디따 좋아한다. 난 처음엔 까먹기 귀찮아서 잘 안 먹었는데 먹는 방법을 배우고 나선 계속 먹게 된다. 완전 중독이다.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좀 앉아서 쉴만한 곳엔 어디나 해바라기 씨 껍데기가 널브러져있다.

날이 좀 어두워진 후 또 새로운 친구가 와서 산책을 하다(그것밖에 할 게 없다) 카페에 들어간다. 거기서 커피도 마시고 물담배도 핀다. C 25-6이란에서 ‘깔리욘’이라 불리는 게 여기서는 ‘나이길래’라고 부른다. 물담배의 기원은 오스만투르크에서 시작된 거란다. 근데 지금은 터키보다 다른 나라에서 더 애용하는 것 같다. 터키 커피는 작은 잔에 나오는 진한 커피다. 가루를 통째로 넣고 만드는 거라 마지막에 찌꺼기가 잠에 남는데 그걸 받침에 엎고 식기를 기다린 후 나타난 모양으로 점을 친다. C 25-7점원이 내가 마신 커피 찌꺼기로 점을 쳐준다. 그 놈 말이 난 지금 머리 속이 복잡한데 가까운 시일 내에 그 문제를 해결해줄 귀인을 만날 거라 한다. 그 귀인의 이름엔 ‘U’자가 있다고 하니 잘 살펴봐야겠다. 뭐 재미 삼아 하는 거고 흥미롭지만 점이라는 게 왠지 그것에 기대케 하는 성질이 있어서 궁금해진다. 근데 나 같은 경우 귀인을 너무 자주 만나고 ‘U’는 너무 흔히 쓰이는 알파벳이라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렇게 노닥거린 후 밥을 먹으러 간다. 좋아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케밥 모듬을 시켜 먹는다. C 25-8맛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놀다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두 친구가 남아 함께 잔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도시 잠시 쉬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멈춘 건데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나 여느 도시보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터키가 점점 사랑스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