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좀 달리다 나무 그늘이 있는 샘물이 나오는 데에 멈춰 아침상을 차린다. 어제 남은 야채와 알리의 어머니가 챙겨줬던 팬케잌. 나무에 기대 팬케잌을 뜯어 먹고 잇는데 저만치에서 돗자리를 깔고 밥을 먹고 있던 가족이 포도와 멜론, 그리고 처음 보는 음식을 갖다 준다. 먹을 거 다 먹어 치우고 짐을 비우려 했던 건데 또 틀렸다. 갖다 준 음식 중 밥을 양념한 후 우거지 잎 같은 거에 돌돌 말은 음식이 있는데 역시 밥을 먹는 게 좋다. 감사 표시로 아이에게 인형 열쇠고리를 주니 무지 고마워한다. 언제나 이런 분들은 주는 건 아끼지 않고 받는 건 아주 작은 것에도 굉장한 고마움을 표시한다.
또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저만치에 차가 정차해 있다가 내가 지나가니 음료수 한 캔을 건네고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린다. 오르막을 낑낑대며 오르는 게 불쌍했나 보다. 아닌 게 아니라 오르막이 너무 많다. 고도 100m 정도를 큰 경사각으로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서 속도도 안 나고 정말 힘들다. 조지아를 나오면서 이제 당분간 오르막이 없겠지 싶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해안가 길이 아닌 이상 터키는 고원지대라 죄다 이럴 것 같다. 그나마 오늘 머물 곳이 기다리고 있어 힘을 낸다.
한 카우치서핑 친구가 처음엔 힘들 것 같다 했다가 다른 친구를 소개해줬다. 열심히 달려 그 친구 주베이르 집에 도착한다. 집이 그리 크진 않다. 이스탄불에 사는데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온 거란다. 여동생 둘이 있는데 모두 집에서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물어보니 그건 여성 쪽 집의 선택 사항이라 한다. 아무래도 작은 지방도시이다 보니 좀 더 엄격하게 이슬람 룰을 따르는 것 같다.
밥을 차려줬는데 아침에 얻어먹었던 우거지 밥 말이가 여기도 있다. 그리고 알리네서 먹었던 피망 속에 밥을 채운 것도 있는데 모두 ‘돌마’라고 한다. 가지며, 오이 등에도 해당된다. 양념한 밥을 야채 속에 넣은 음식을 통틀어 말하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짐을 챙겨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무슨 회관 같은 곳인데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들이 모여 코란 읽고, 기도하는 곳이다. 가끔 손님이 오면 이곳에 재운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악수와 포옹을 한다.
잠시 후 주베이르 또래 친구들과 산책을 나간다. 그 중 한 친구는 앙카라에 있는 세종학교에서 한글을 배웠다고 하는데 1년 배운 초급이라 미안하지만 알아듣기가 힘들다. 한국말 할 줄 안 데서 반가웠는데 그냥 영어로 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날 주베이르에게 소개시켜준 친구 페이루즈도 합류한다. 작은 동네라 뭐 볼 건 없다. 간단히 산책하고 분식집 같은 데서 롤 하나 먹고 회관으로 들어온다.
12시가 넘은 시각인데 집에 갈 생각 없이 과자를 사와서 먹으며 노닥거린다. 보고 싶다 해서 여행 동영상도 보여준다. 보통 여행 동영상을 보여주면 나 같은 경우엔 생소한 나라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거라 생각하는데 대부분 인근 나라의 모습을 궁금해한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한참을 그러고 놀다가 몇 명은 집에 가고 두 친구가 남아서 같이 잠자리를 편다. 아무래도 공동의 공간이라 나 혼자 놔두기 그런가 보다.
어쨌든 이렇게 또 쉼터를 얻었다. 친구들이 착해 좋다. 자전거 앞 거치대가 또 말썽이고 정말 오랜만에 앞 바퀴에 평크가 났다. 내일은 또 자전거 정비에 시간을 보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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