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찍 일어나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좀 달리다 나무 그늘이 있는 샘물이 나오는 데에 멈춰 아침상을 차린다. C 24-1어제 남은 야채와 알리의 어머니가 챙겨줬던 팬케잌. 나무에 기대 팬케잌을 뜯어 먹고 잇는데 저만치에서 돗자리를 깔고 밥을 먹고 있던 가족이 포도와 멜론, 그리고 처음 보는 음식을 갖다 준다. 먹을 거 다 먹어 치우고 짐을 비우려 했던 건데 또 틀렸다. 갖다 준 음식 중 밥을 양념한 후 우거지 잎 같은 거에 돌돌 말은 음식이 있는데 역시 밥을 먹는 게 좋다. 감사 표시로 아이에게 인형 열쇠고리를 주니 무지 고마워한다. 언제나 이런 분들은 주는 건 아끼지 않고 받는 건 아주 작은 것에도 굉장한 고마움을 표시한다.

또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저만치에 차가 정차해 있다가 내가 지나가니 음료수 한 캔을 건네고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린다. C 24-2오르막을 낑낑대며 오르는 게 불쌍했나 보다. 아닌 게 아니라 오르막이 너무 많다. 고도 100m 정도를 큰 경사각으로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서 속도도 안 나고 정말 힘들다. C 24-3조지아를 나오면서 이제 당분간 오르막이 없겠지 싶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해안가 길이 아닌 이상 터키는 고원지대라 죄다 이럴 것 같다. 그나마 오늘 머물 곳이 기다리고 있어 힘을 낸다.

한 카우치서핑 친구가 처음엔 힘들 것 같다 했다가 다른 친구를 소개해줬다. 열심히 달려 그 친구 주베이르 집에 도착한다. 집이 그리 크진 않다.  이스탄불에 사는데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온 거란다. 여동생 둘이 있는데 모두 집에서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물어보니 그건 여성 쪽 집의 선택 사항이라 한다. 아무래도 작은 지방도시이다 보니 좀 더 엄격하게 이슬람 룰을 따르는 것 같다.

밥을 차려줬는데 아침에 얻어먹었던 우거지 밥 말이가 여기도 있다. 그리고 알리네서 먹었던 피망 속에 밥을 채운 것도 있는데 모두 ‘돌마’라고 한다. 가지며, 오이 등에도 해당된다. 양념한 밥을 야채 속에 넣은 음식을 통틀어 말하는 것 같다. C 24-4

밥을 먹고 짐을 챙겨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무슨 회관 같은 곳인데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들이 모여 코란 읽고, 기도하는 곳이다. C 24-5가끔 손님이 오면 이곳에 재운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악수와 포옹을 한다.

잠시 후 주베이르 또래 친구들과 산책을 나간다. 그 중 한 친구는 앙카라에 있는 세종학교에서 한글을 배웠다고 하는데 1년 배운 초급이라 미안하지만 알아듣기가 힘들다. 한국말 할 줄 안 데서 반가웠는데 그냥 영어로 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날 주베이르에게 소개시켜준 친구 페이루즈도 합류한다. 작은 동네라 뭐 볼 건 없다. 간단히 산책하고 분식집 같은 데서 롤 하나 먹고 회관으로 들어온다. C 24-6

12시가 넘은 시각인데 집에 갈 생각 없이 과자를 사와서 먹으며 노닥거린다. 보고 싶다 해서 여행 동영상도 보여준다. C 24-7보통 여행 동영상을 보여주면 나 같은 경우엔 생소한 나라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거라 생각하는데 대부분 인근 나라의 모습을 궁금해한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한참을 그러고 놀다가 몇 명은 집에 가고 두 친구가 남아서 같이 잠자리를 편다. 아무래도 공동의 공간이라 나 혼자 놔두기 그런가 보다.

어쨌든 이렇게 또 쉼터를 얻었다. 친구들이 착해 좋다. 자전거 앞 거치대가 또 말썽이고 정말 오랜만에 앞 바퀴에 평크가 났다. 내일은 또 자전거 정비에 시간을 보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