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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 짐을 싼다. 어머니는 팬케잌을 굽고 계신다. 아침을 먹기 전 우리나라에서 딸기 담는 플라스틱 박스 같은 데에다 한 가득 팬케잌을 담아 손수 만들었다는 잼 한 통과 준다. 가다가 먹으란다. 우리엄마에게까지 선물을 준 것도 그렇고 계속 내게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시는 게 당신의 아들과 모습이 겹치는 모양이다. 그러시는 모습이 또 내겐 엄마와 겹친다.

아침을 먹고 알리와 어머니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오늘이 바이람의 시작 날이라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고 상점들도 모두 닫았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 복잡한 도심을 달리는 게 상당히 짜증스러운 일인데 다행이다. 한참을 달리는데 왠지 길이 낯익다 싶어 GPS를 확인해보니 70km는 앙카라 들어올 때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길이다. 같은 길을 다시 달리는 것도 짜증스러운 일이다. 햇볕은 뜨겁고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안가를 제외하곤 평평한 길이 거의 없다. 터키도 자전거 타기 녹록한 나라가 아니다. C 23-1

두 끼 분량의 먹을 게 있어서 심적으로 든든한지 배가 고프지 않다. 70km를 달리고 방향을 남쪽으로 튼다. 목적지는 카파도키아인데 중간 도시에 머물 곳을 마련해 뒀다. 180km만 달리면 되니 오늘 100km 언저리 끊어놓고 내일 도착할 생각이다.

도심 하나를 지나고 좀 한적한 곳에 들어선다. 길가 과일가게 아줌마가 부른다. C 23-3뭐 특별한 말도 없이 자두, 포도, 고추, 토마토 등을 집어 준다. 봉지가 없어 벙거지 모자에 대충 담아둔다. C 23-2고맙다. 다시 달린다. 5km쯤 달렸을까 또 한쪽에서 어떤 아저씨가 텃밭에서 일을 보시다 손짓한다. C 23-5간다. 이번엔 오이, 토마토, 고추를 한아름 주신다. C 23-4참… 어디 담을 데가 없다. 망설이고 있는데 담배 하나 피라고 건네서 우선 앉는다. 해가 지려면 두 시간이 남았다. 85km를 달렸으니 95km가 남았다. 주변을 보니 텐트 칠 공간이 많아서 그냥 멈추기로 결정한다. C 23-6아저씨 집 근처로 가서 과일과 야채를 씻어 먹는다. 너무 많아서 다 못 먹겠다. 팬케잌도 있는데…

흑해 해안을 달릴 땐 도로가 거주지랑 떨어져있어 이런 호의를 거의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좀 실망한 감도 없지 않았는데 내륙으로 들어오자 기대 이상의 호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 이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