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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다음주 화요일부터 최대명절인 바이람 연휴다. 그래서 주말인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됐다. 알리도 어머니도 모두 집에 있다.

아침을 먹고 담배를 피러 나가면서 자전거 상태를 체크해보니 안장이 또 부러져있다. 마이티퍼티의 성능은 1~2주면 끝이 난다. 이 참에 제대로 고쳐볼까 싶어서 철물점에 간다. 안장 밑동을 드릴로 뚫고 철사로 칭칭 감는다. 이젠 좀 오래 버티겠지. 신경 쓰이는 자전거 고장을 깔끔하게 처리하면 혹 하나 땐 기분이다. 그래도 아직 혹이 많다.

점심은 맛있는 닭튀김. C 20-1어머니가 집에 계시면 좀 불편하지만 이런 건 좋다. 어제 보낸 카우치서핑 메세지의 반응이 시원찮다. 하필 딱 연휴기간이라 모두 힘들겠다고 한다. 머물 곳이 없으면 미련 없이 다음 행선지로 향하곤 하는데 다음 행선지도 마찬가질 테고, 가보고 싶었던 카파도키아를 그냥 지나치고 싶진 않다. 우선 내일까지 연락을 기다려볼 생각인데 그래도 머물 곳을 찾지 못하면 아예 앙카라에서 연휴를 다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앙카라엔 멤버가 많아서 찜 해둔 곳이 두어 군데 더 있다.

알리는 하루 종일 축구를 보고 있다. 축구 시즌이 시작됐고, 유로파리그도 진행되고 있어서 경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선 유로파리그는 관심이 없는 편인데 터키는 자국 팀이 유로파리그에 출전하기 때문에 그것도 열심히 챙겨본다. 유럽축구에 관심 없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간략히 첨언하자면(유럽에 들어가면 축구얘기 많이 할 것 같으니 미리)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자국 리그를 가지고 있다. 리그는 보통 이맘때 시작해 다음해 4~5월에 끝이 난다. 그리고 자국리그와 병행해 유럽대항전이 열린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챔피언스리그다. 이름 그대로 전 시즌 각국리그의 챔피언 팀이 모여 유럽 최강팀을 가리는 것이다. 처음엔 챔피언 팀만으로 경기를 했다가 관심을 끌자 지금은 경기수를 늘려 각 리그 상위권 팀들이 격돌한다. 근데 각 리그의 수준이 다르니 그 수준에 따라 어느 나라 리그는 4팀, 어느 나라 리그는 2팀. 이렇게 그 자격이 다르게 주어진다. 그래서 각 나라의 리그 랭킹을 매년 산정한다. 올해는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리그가 최고 수준으로 평가돼 4팀씩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근데 이게 상금이 장난이 아니다. 월드컵보다도 훨씬 큰 금액이 걸려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출전 수당이 있고, 승리수당도 따로, 그리고 토너먼트에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그 상금이 거의 두 배씩 뛴다. 결승까지 가면 그 누적금액이 엄청나 진다. 그래서 사활을 걸로 경기를 한다. 매년 드레프트 기간에 선수들이 엄청난 금액에 거래되는 건 다 그 때문이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경기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소집돼 경기를 치르는 국가대표 경기보다 전술이 잘 반영돼서 사실상 월드컵보다 경기 수준이 높다. 말 그대로 최고의 축구경기를 볼 수 있는 장이라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근데 이 챔피언스리그는 잘 나가는 나라 팀들이 독식을 하니까 그것보다 좀 못한 팀을 위한 유로파리그가 만들어졌다. 터키리그 팀은 주로 유로파리그에서 볼 수 있다. 한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만 대게 금방 탈락하고 만다. 해당 사항이 없는 우리나라는 더 수준 높은 챔피언스리그만 본다. 유로파리그는 중계도 안 해준다.

돈을 버는 것도 제 각각이라 중소리그의 경우 유소년 축구팀이 발달한 나라의 팀들은 유망주를 키워 비싸게 팔아먹는 걸로 돈을 벌고, 다른 한편에선 실력이 떨어진 예전 스타를 싸게 데려와 마케팅도 하고 하면서 돈을 번다. 터키는 주로 후자 쪽이다. 하여튼 엄청난 돈이 왔다갔다하는 게임이다.

리그 경기는 보통 주말에, 유럽대항전은 주중에 한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통 20개 팀이 1부 리그에서 매주 10경기를 하니 유럽 전체로 따지면 한 주에 수백 경기가 열리는 셈이고 거기에 2부 리그, 3부 리그까지 챙겨보는 사람도 있으니 그러고자 한다면 1년 내내 축구만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유럽에서 축구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우리나라에선 축구 지식이 적은 편이 아닌데 중소리그 정보까지 꽤 뚫고 있는 여기 애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내일은 박지성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스날이 붙는다. 그런 강 팀간의 매치는 어디서든 관심대상이다. 그것 때문에 다음 행선지 여부와 상관없이 내일까지 머무르려 했었다. 뭐 어쨌든 축구는 그렇다. 수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건 다 이유가 있으니 관심 없던 분은 한번 고려해 보시길…

저녁이 되고 또 맛난 밥을 먹고 늘어지다 영화 한편보고 잘 분비하는 패턴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