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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난다. 오늘 아침에 공부하러 간다 했던 알리는 아직도 자고 있다. 대학생들이란…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는 중에 알리가 일어나 아침상을 차려준다. 냉장고에 먹을 게 꽉 차있어 그냥 뎁혀 먹으면 된다. 알리는 오늘 공부하러 가기 귀찮다며 나가자고 한다.

알리의 차를 타고 박물관에 간다. C 17-1박물관 가는 거 좋아하진 않지만 터키 역사는 관심이 있어서 보고 싶다 했었다. C 17-2마침 오늘 무슨 날인지 노병들과 병사들이 줄을 맞춰 작은 세레모니를 한다. 주변엔 근위병 같은 애들이 꼼짝 않고 서 있는데 무지 힘들어 보인다. C 17-3난 터키의 고대 역사를 보고 싶었는데 여기는 박물관이 아니라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아저씨의 기념관 같은 곳이다. 그와 관련된 유품과 소지품들이 나열돼 있고 터키가 공화국이 되는 과정만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알리가 공부 좀 한 놈이라 이런저런 설명을 잘 해줘서 볼만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이런 곳도 나름 재미있다. C 17-4

기념관을 나와서 알리의 학교에 간다. 그 동안 본 터키의 대학교는 운동장도 없고 건물만 있는 작은 학교였는데 이 학교는 무지하게 커서 교내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차를 태워준 학생들은 어제 말한 것처럼 서로에게 ‘호잠’이란 호칭을 사용한다. 어제 앉아서 술을 마셨던 운동장 스탠드에는 ‘혁명’을 뜻하는 ‘DEVRIM’이란 글씨가 크게 써져 있다. C 17-5이곳이 학생운동의 성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잔디밭에 앉아서 담배를 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고대 역사를 물으니 알리도 터키가 ‘아니톨리아’라고 불리는 지금의 지형에 정착하기 전 터키 역사는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오늘 날이 너무 더워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와서 알리가 가보라고 추천해준 지역을 검색해본다. 터키의 지중해 연안에도 멋진 곳이 참 많다. 기대된다. 각자의 방에서 쉰다.

어머니가 퇴근을 하고 오셔서 밥을 차려주신다. 역시 엄마의 집밥이 최고다. 사진을 찍으려다 만다. 자빠져 영화보고 있다 쪼르륵 나와서 사진 찍고 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자제하고 있다. 오늘의 요리는 마카로니와 샐러드 그리고 닭튀김이다. 오이와 요거트를 섞은 뭐시기(이름 까먹었다)도 함께. 빵은 언제나 가장 자리에 놓인다. 터키는 때에 달라 밥, 면, 빵이 교대로 나오고 그것과 반찬을 함께 먹는 식단이다. 그래서 면도 삶은 후 별 조리 없이 나오고 반찬수가 많지 않으니 밥에도 약간 간이 돼있다. 그야말로 문명의 교차로임이 음식문화에도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의 음식 문화가 절묘하게 반영되는 음식문화라 하겠다.

밥을 먹고 담배를 피며 노닥거린다. 알리는 영어 시험 때문에 골치다. 학교수업이 영어로 진행돼서 영어코스를 통과해야 하는데 2주 뒤에 시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코스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적당한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하라 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고 난 방으로 돌아와 영화를 보다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