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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자다. 알아서 밥을 차려먹고 다음 행선지에 카우치서핑 메세지를 보낸다. 집을 옮겨 더 머무를까 싶었는데 괜히 시간 보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행선지에 머물 곳을 찾으면 떠나려고 한다. 다음주 화요일부터 터키 최대 명절인 바이람 기간이라 긍정 답변이 올지 모르겠다.

차를 한 잔 마신다. 터키는 독특한 차 주전자를 갖고 있다. C 19-1어느 집에나 이걸 갖고 있다. 2층으로 된 주전자 아래는 그냥 물을 끓이고 위에는 차 잎을 1/3 이상 채운 굉장히 진한 차를 만든 다음 취향에 따라 물과 섞어 농도를 맞춰 먹는다. 차 주전자가 끓는 물 주전자 뚜껑을 겸하고 있어서 오랜 시간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같은 구조의 전기 포트도 있다. 그렇게 차를 만들어 놓고 마시니 매번 차 잎을 꺼내 먹는 것보다 편리하다. 그래서 차 인심이 좋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터키 역시 차를 ‘차이’라고 부른다. 아시아권 대부분의 나라에서 차를 ‘차’, ‘차이’, ‘짜이’라고 부른다. 녹차를 즐겨 마시는 우리와 일본을 제외하곤 대부분 블랙티라 불리는 홍차를 마신다. 인도문화권의 나라는 밀크티를 마신다. 극동, 동남아시아 나라는 그냥 차만 마시고, 인도, 이슬람 문화권은 설탕을 넣고 마신다. 베트남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차를 많이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는 인도계의 영향인지 달짝지근한 밀크티를 마시는데 유독 ‘떼따릭’이란 좀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

알리가 와서는 내일부터 휴일이라고 좋아한다. 하지만 본인도 알 거다 시험을 앞둔 휴일이 더 괴롭다는 걸.

냉장고를 열면 과일과 음료 등이 잘 정리돼 있는데 이게 먹어도 먹어도 항상 그 모습 그대로다. 어머니가 알아서 매일 그 자리 그대로 채워놓기 때문이다. 참 좋다. 저녁도 항상 비슷한 시간에 준비된다. 샐러드와 빵이 놓이고 우선 스프를 준다. 밥을 따로 드시는지 항상 알리와 나만 먹는데 스프를 다 먹으면 알리가 “엄마!”를 부른다. 오셔서 그릇 치워주시고, 날마다 바뀌는 그날의 요리를 주신다. 식사 중 밥이나 반찬이 떨어지면 알리가 또 “엄마”하고 부른다. 지가 퍼먹어도 되는 걸 항상 그러니 나도 덩달아 어머니의 손을 빌리게 되고 그게 굉장히 송구스럽다. 알리가 예의가 없거나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아닌데 그러는 것 보면 그렇게 자란 탓에 아직은 그냥 그게 당연하게 생각되는 모양이다.

밥을 먹고 알리 친구들과 만나 펍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신다. C 19-2터키 남자들도 축구라면 환장해서 축구 얘기로만 한참을 보낼 수 있다. 알리가 시험 준비 때문에 일찍 자리를 떠서 같이 일어난다. 집에 돌아와 영화 한편 보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