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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공부하러 갔나 보다. 혼자서 밥을 챙겨먹는다. 아침은 빵으로 먹는 나라라 빵이랑 치즈, 잼이 냉장고에 있다고 꺼내먹으라고 했는데 밥하고 마카로니가 보여 반찬과 함께 먹는다. C 18-1먹을 게 있으면 가능한 먹을 수 있는 만큼 먹는 게 습관이 돼서 무리하게 먹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먹어도 또 음식에 손이 간다. 포만감을 느끼는 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는지 배만 부르고 포만감은 없다. 이상한 일이다.

앙카라에 유럽에서 주는 박물관 시상식 같은 데서 상을 받았던 박물관이 있어서 정보를 찾아본다. 3시에 알리가 오면 같이 가자고 했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완전 고대 유물만 전시된 박물관이다.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 위주로 꾸며놓은 로마 이전 아나톨리아 지역의 문명 흔적들이라 안 가기로 한다. 입장료도 10리라(약 6,200원)나 되고 그 시대엔 관심이 없다.

집 근처에 시티은행이 있어 돈을 뽑으려고 환율을 찾아본다. 무슨 일이 있는지 터키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한달 전쯤에 1리라가 670원이었는데 터키에서 처음 돈을 뽑았을 땐 620원, 어제는 605원이었다. 오늘은 반등해서 615원이 됐다. 좀더 기다려볼까 말까 생각 중이다. 시티은행을 처음 만나서 수수료를 아끼려면 앞으로 쓸 돈을 한번에 뽑는 게 좋은데 환율이 너무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고민된다. 이런 건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 카드에만 의지하는 게 좋지 않아서 한국에 갔을 때 넉넉하게 달러와 유로를 환전해 왔는데 지금 환율을 생각하면 15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 15만원이면 한 달 생활비다. 예전에도 그랬고 항상 해외여행을 할 땐 환율이 안 좋을 때만 걸린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생각이 나서 스토브와 코펠을 찾아본다. 처음 갖고 시작했던 가솔린 스토브와 코펠은 혼자가 되면서 부피만 차지하고 잘 사용하지 않아서 버렸다. 근데 이게 아주 가끔씩 아쉬울 때가 있다. 앞에 엄청난 물가의 나라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들을 새로 사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그걸 구입하는 비용만큼 이득을 낼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라면 어디서나 저렴한 라면이 있으니 충분히 사고도 남음이 있지만 이곳에선 무언가 조리를 하려면 그 재료를 사는 게 간단히 빵 먹는 것보다 비싸서 선뜻 결정하기가 힘들다. 좀 더 계산을 해봐야겠다.

알리가 와서 노트북을 들고 방으로 이동한다. 여긴 무선 인터넷이 안되고 알리방에서 라인을 연결해야 해서 인터넷 하기가 좀 불편하다. 알리에게 오늘 박물관 안 갈거라고 좀 쉬라고 하고 난 방에 들어와 영화를 본다. 저녁엔 또 어머니가 차려준 맛있는 밥을 먹는다.

그나마 박물관에 잠깐 관심을 가져서 망정이지 여긴 정말 가볼 데가 없는 것 같다. 벌써 떠나기는 아쉽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호스트의 집을 옮겨볼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