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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햇살에 텐트가 달궈져 일어난다. 문을 열고 나오니 바람은 서늘하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 걸 보고 아저씨가 간단한 아침상을 준비해주신다. 빵과 치즈, 과자 그리고 차. C 15-1아저씨는 라마단은 신경 쓰지 않는지 같이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일어서려 하자 따라오라며 텃밭으로 가서 오이, 고추를 따준다. 몇 개 열리지도 않은 것 중에 그나마 실한 것만 골라서 준다. 명함을 주면서 5개월 뒤에 이 자리에 호텔을 지을 거라며 놀러 오라 한다. 5개월 뒤는 아니지만 언젠가 오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C 15-3

몸이 무거웠지만 이런 호의를 받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단지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 보면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첫 타임에 50km를 달린다. 잠시 쉬며 아저씨가 준 오이와 고추를 갖고 있던 고추장에 발라 먹는다. C 15-2맛있다.

다시 힘을 내 달린다. 배가 꺼질 무렵 길가에 멜론과 수박을 파는 노점상이 줄지어 있는 도로를 지난다. 수박을 하나 사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부르는 소리. C 15-4OK! 수박을 큼직하게 잘라준다. 정말 달고 맛있다. 너무 허겁지겁 먹는 게 딱했는지 멜론도 하나 잘라준다. 터키 멜론은 거칠게 생겼는데 속은 부드럽고 맛있다. C 15-5되도 않는 몸짓으로 몇 마디 나누고 쉰 다음 다시 달린다.

갑자기 이상한 오르막이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경사도, 길도, 바람도 별 다를 거 없는데 이상하게 힘들고 짜증나는 오르막이 있다. 그럼 괜히 혼잣말로 궁시렁거리게 된다. “아이씨 뭐냐. 어쩌라는 거야…” 너무 힘들어 담배를 하나 산다. 담뱃값이 비싸서 분의 아니게 금연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그 고됨을 담배 연기로 날려버리는 수밖에 없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어느덧 100km를 넘어선다. 슬슬 잠자리를 잡으려 두리번거리는데 큰 도시가 다가와서 그런지 한갓진 주유소를 찾기가 힘들다. 그렇게 슬금슬금 140km를 찍고 한 주유소에 안착한다. 텐트를 치고 불쌍하게 빵에 잼을 발라먹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차를 갖다 준다. 차 인심 하나는 터키가 최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이면 편한 잠자리에 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