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에 텐트가 달궈져 일어난다. 문을 열고 나오니 바람은 서늘하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 걸 보고 아저씨가 간단한 아침상을 준비해주신다. 빵과 치즈, 과자 그리고 차. 아저씨는 라마단은 신경 쓰지 않는지 같이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일어서려 하자 따라오라며 텃밭으로 가서 오이, 고추를 따준다. 몇 개 열리지도 않은 것 중에 그나마 실한 것만 골라서 준다. 명함을 주면서 5개월 뒤에 이 자리에 호텔을 지을 거라며 놀러 오라 한다. 5개월 뒤는 아니지만 언젠가 오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몸이 무거웠지만 이런 호의를 받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단지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 보면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첫 타임에 50km를 달린다. 잠시 쉬며 아저씨가 준 오이와 고추를 갖고 있던 고추장에 발라 먹는다. 맛있다.
다시 힘을 내 달린다. 배가 꺼질 무렵 길가에 멜론과 수박을 파는 노점상이 줄지어 있는 도로를 지난다. 수박을 하나 사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부르는 소리. OK! 수박을 큼직하게 잘라준다. 정말 달고 맛있다. 너무 허겁지겁 먹는 게 딱했는지 멜론도 하나 잘라준다. 터키 멜론은 거칠게 생겼는데 속은 부드럽고 맛있다. 되도 않는 몸짓으로 몇 마디 나누고 쉰 다음 다시 달린다.
갑자기 이상한 오르막이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경사도, 길도, 바람도 별 다를 거 없는데 이상하게 힘들고 짜증나는 오르막이 있다. 그럼 괜히 혼잣말로 궁시렁거리게 된다. “아이씨 뭐냐. 어쩌라는 거야…” 너무 힘들어 담배를 하나 산다. 담뱃값이 비싸서 분의 아니게 금연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그 고됨을 담배 연기로 날려버리는 수밖에 없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어느덧 100km를 넘어선다. 슬슬 잠자리를 잡으려 두리번거리는데 큰 도시가 다가와서 그런지 한갓진 주유소를 찾기가 힘들다. 그렇게 슬금슬금 140km를 찍고 한 주유소에 안착한다. 텐트를 치고 불쌍하게 빵에 잼을 발라먹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가 차를 갖다 준다. 차 인심 하나는 터키가 최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이면 편한 잠자리에 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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