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많이 마신 것 같지 않은데 숙취가 몰려온다. 하필 출발하려고 하는 날에… 하루 더 있을까 싶다가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 그냥 떠나기로 결심하고 짐을 싼다. 지한은 회사에 갔고, 어제 온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다.
빵과 도네르 케밥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설렁탕 먹고 싶은데 도네르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에 올라 달리려고 하는데 뒷바퀴에서 규칙적인 반동이 일어난다. 뭐야 이건… 우선 도심을 빠져나간 후 한적한 곳에서 뒷바퀴를 분리해 살펴보는데 그 동안 한번도 못봤던 증상이다. 베어링 쪽을 분해해봐야 알 것 같은데 장비가 없어 할 수가 없다. 아르메니아에서 시작됐던 신경질적인 소음이 물리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다다음 도착할 도시가 안탈리야. 제법 큰 도시라 거기까진 가야 조치를 취할 수 있을듯하다. 쿵쾅거리며 달린다. 한동안 없었던 자전거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웬일로 평지길이 이어지고 있다. 속이 안 좋은데 그나마 다행이다. 200km 정도는 평지길이고, 그 다음 200km는 꽤 험한 산길이 있을 거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를 만난다. 얘들은 젊은 독일커플이다. 자전거 여행자를 생각보다 자주 만나다 보니 예전보다 반가움이 덜하다. 잠시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서로 갈 길을 간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여행 시작한지 만 2년째 되는 날이다. 한국에서의 4개월이 포함된 2년이지만, 어쨌든 2년은 2년이다. 1년이 됐을 땐 1년이란 시간이 꽤 긴 기간처럼 느껴졌는데, 2년은 그리 긴 기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1년째든 2년째든 어차피 지나가는 하루 일뿐. 어제의 술자리를 2년 축하주로 생각하면 되겠다.
맞바람이 좀 있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아서 평지길인데도 얼마 달리지 못했다. 앞으로 3~4일은 더 달려야 한다. 10~20km 더 가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노을이 질 때쯤 한 주유소에 텐트를 친다. 피곤하다. 언능 자야겠다.
'Production[Story] > S#24. Turk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C#35. 죽것다 (9월11일 am8:00 ~ 9월11일 pm11:00) (0) | 2011.10.05 |
---|---|
C#34. 작은 모스크 (9월10일 am9:30 ~ 9월10일 pm10:30) (0) | 2011.10.05 |
C#32. 새로운 친구 (9월8일 pm12:00 ~ 9월9일 am3:00) (0) | 2011.09.28 |
C#31. 터키 정말 좋다 (9월7일 am11:00 ~ 9월8일 am3:00) (2) | 2011.09.28 |
C#30. 나는 꼼수다 (9월6일 pm12:00 ~ 9월7일 am4:00) (0) | 201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