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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그리 많이 마신 것 같지 않은데 숙취가 몰려온다. 하필 출발하려고 하는 날에… 하루 더 있을까 싶다가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 그냥 떠나기로 결심하고 짐을 싼다. 지한은 회사에 갔고, 어제 온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다.

빵과 도네르 케밥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C 33-1설렁탕 먹고 싶은데 도네르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에 올라 달리려고 하는데 뒷바퀴에서 규칙적인 반동이 일어난다. 뭐야 이건… 우선 도심을 빠져나간 후 한적한 곳에서 뒷바퀴를 분리해 살펴보는데 그 동안 한번도 못봤던 증상이다. 베어링 쪽을 분해해봐야 알 것 같은데 장비가 없어 할 수가 없다. 아르메니아에서 시작됐던 신경질적인 소음이 물리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다다음 도착할 도시가 안탈리야. 제법 큰 도시라 거기까진 가야 조치를 취할 수 있을듯하다. 쿵쾅거리며 달린다. 한동안 없었던 자전거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웬일로 평지길이 이어지고 있다. 속이 안 좋은데 그나마 다행이다. 200km 정도는 평지길이고, 그 다음 200km는 꽤 험한 산길이 있을 거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를 만난다. 얘들은 젊은 독일커플이다. 자전거 여행자를 생각보다 자주 만나다 보니 예전보다 반가움이 덜하다. 잠시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서로 갈 길을 간다. C 33-2

생각해보니 오늘이 여행 시작한지 만 2년째 되는 날이다. 한국에서의 4개월이 포함된 2년이지만, 어쨌든 2년은 2년이다. 1년이 됐을 땐 1년이란 시간이 꽤 긴 기간처럼 느껴졌는데, 2년은 그리 긴 기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1년째든 2년째든 어차피 지나가는 하루 일뿐. 어제의 술자리를 2년 축하주로 생각하면 되겠다.

맞바람이 좀 있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아서 평지길인데도 얼마 달리지 못했다. 앞으로 3~4일은 더 달려야 한다. 10~20km 더 가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노을이 질 때쯤 한 주유소에 텐트를 친다. 피곤하다. 언능 자야겠다. C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