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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4일 이상 편히 쉬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이틀째 날에 피곤이 몰려온다. 다리도 뻐근하고 온몸에 힘이 없다. 그나마 평지길이라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달린다.

터키는 도심에만 사람들이 몰려 사는지 도시와 도시 사이는 벌판만 펼쳐진다. C 34-2쉴 곳은 간혹 나타나는 주유소밖에 없다. 이런 한적한 곳에 주유소는 음료 값도 비싸게 받아 좀 짜증난다.

코냐(Konya)라는 도시는 지나친다. 이 도시에는 ‘메블라나’라고 불리는 전통 세레모니 비슷한 춤이 유명하다. 남자들이 A형 스커트를 입고 빙빙 돌면서 추는 춤이다. 앙카라에서 만났던 알리가 보라고 추천해 줬던 건데, 이곳 카우치서핑 멤버들이 응답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지금 숙소를 잡고 여행할 처지가 아니다.

코냐를 지나고 나니 평지 길을 끝이 나고 다시 힘든 오르락 내리락 길이 이어진다. C 34-3땀이 흘러내려 얼굴이 따끔거린다. 지한네 집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는 동안 컴퓨터 고치느라 집에서만 있었더니 얼굴이 제 피부 톤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계속 남, 서쪽으로 달리다 보니 햇볕을 정면으로 받아 다시 살이 타며 흘러내리는 땀의 소금기에 반응하는 거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팔과 다리는 여전히 검다.

고도가 계속 오른다. 터키 들어와서 가장 높은 1,600m를 찍고 내리막을 탄다. C 34-1어두워져서 주유소를 찾는데 GPS는 30km는 더 가야 주유소가 있다고 알려준다. 길가 옆에 작은 식당이 있어 멈춘다. 얇은 도우에 치즈 넣고 팬케잌처럼 만들어주는 음식만 있는데 작은 팬케잌이 하나에 5리라(약 3,120원). 한적한 곳이면 음식도 비싸다. 배가 고파 두 개를 시킨다. C 34-4그러고 보니 터키에서 주행 중 처음으로 식당에 온 거다. 징하게 아꼈구나. 그 동안 많이 아껴서 뽑아놓은 돈의 여유가 좀 있다. 이 따위 거에 10리라는 아깝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밥을 먹고 텐트를 치려 하니 주인 아저씨가 다른 곳을 가리킨다. 가보니 아주 작은 모스크다. 그 안에 자전거 넣고 자란다. 이런 데서 자도 되나 싶지만 자라는데 거절할 필요 없지. 대신 오늘은 옷을 입고 자야겠다 보통 빤쓰만 입고 자는데 그래도 여기서 그건 아닌 것 같다. 텐트치고 접는 것도 일인데 그게 어디냐.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 좋다. 기도하는 곳이다 보니 깨끗하게 관리돼 있다. 저녁밥값 10리라는 이걸로 만회한다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