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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모스크에서 일어난다. C 35-1귀찮아서 침낭도 꺼내지 않았는데 새벽에 추워서 잠을 설쳤다. 어째거나 눈 앞에 보이는 오르막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뒷바퀴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

오르막 정점에서 한 아저씨가 빵을 준다. 주변에 사과 나무가 있어 몇 개 따서 아침상을 차린다. C 35-2밥을 먹고 달리는데 뒤에서 누가 잡는 듯하다. 뒷바퀴 문제. 내려서보니 설마 설마 했던 베어링이 진짜로 짖니겨져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 페달 베어링에 문제가 있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처음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 후 한동안 잘 가다 갑자기 소음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멈춰버린다. 베어링 다 망가져 돌지 않는 것이다. 지금 상태는 곧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목적지까진 180km가 남았다.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다. 여긴 그냥 인적 드문 산길이라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없다. C 35-3

오늘따라 어찌나 산길이 많은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1,800m 고지를 넘어선다. 내리막 길에서 속도가 붙으면 자전거가 너무 흔들려 위험하다. 브레이크를 꽉 잡고 천천히 내려와야 하니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거리가 늘지 않는다. 중간중간 브레이크를 잡는 것처럼 바퀴가 멈춰서 그렇잖아도 힘든 길이 훨씬 더 힘에 부친다. 오르막에 따른 육체의 피로는 그냥 힘들구나 하면 그만인데,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 비용이 얼마나 들려나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근 수개월 동안 가장 힘든 주행이 이어진다.

다른 사람 눈에도 힘들어 보이는지 한 차가 멈춰 시원한 음료를 건넨다.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하는 유럽커플이다. 이런 애들이 간간히 있다. 오늘따라 더 부럽다.

오늘 출발할 때 200km가 남아서 이틀을 계산했다. 해가 질 무렵 90km를 달렸다. 다른 때 같으면 내일 110km를 남기고 멈출 텐데 상황이 이러니 오늘 뽑을 수 있을 만큼 뽑자는 마음으로 어두워진 후에도 계속 달린다. 다행히 내리막이 이어진다. 내리막도 천천히 내려온다. 한 주유소가 보이고 앞에 또 오르막이 보인다. 더 이상은 무리다.

주유소 직원이 직원들이 자는 침실을 보여주며 자라 한다. C 35-4오늘의 이 잠자리는 특별히 고맙다. 고도를 보니 어느덧 500m. 터키가 해안가를 제외하면 다 1,000m 내외로 형성됐음을 감안하면 해안가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남쪽으로 쭉 내려왔고 고도도 낮아져서 밤인데도 덥다. 그 동안은 잘 땐 항상 침낭이 필요한 기온이었다.

70km 남았다. 그 사이 바퀴가 멈추지 않고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을 안고 자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