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에서 일어난다. 귀찮아서 침낭도 꺼내지 않았는데 새벽에 추워서 잠을 설쳤다. 어째거나 눈 앞에 보이는 오르막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뒷바퀴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
오르막 정점에서 한 아저씨가 빵을 준다. 주변에 사과 나무가 있어 몇 개 따서 아침상을 차린다. 밥을 먹고 달리는데 뒤에서 누가 잡는 듯하다. 뒷바퀴 문제. 내려서보니 설마 설마 했던 베어링이 진짜로 짖니겨져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 페달 베어링에 문제가 있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처음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 후 한동안 잘 가다 갑자기 소음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멈춰버린다. 베어링 다 망가져 돌지 않는 것이다. 지금 상태는 곧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목적지까진 180km가 남았다.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다. 여긴 그냥 인적 드문 산길이라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없다.
오늘따라 어찌나 산길이 많은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1,800m 고지를 넘어선다. 내리막 길에서 속도가 붙으면 자전거가 너무 흔들려 위험하다. 브레이크를 꽉 잡고 천천히 내려와야 하니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거리가 늘지 않는다. 중간중간 브레이크를 잡는 것처럼 바퀴가 멈춰서 그렇잖아도 힘든 길이 훨씬 더 힘에 부친다. 오르막에 따른 육체의 피로는 그냥 힘들구나 하면 그만인데,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 비용이 얼마나 들려나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근 수개월 동안 가장 힘든 주행이 이어진다.
다른 사람 눈에도 힘들어 보이는지 한 차가 멈춰 시원한 음료를 건넨다.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하는 유럽커플이다. 이런 애들이 간간히 있다. 오늘따라 더 부럽다.
오늘 출발할 때 200km가 남아서 이틀을 계산했다. 해가 질 무렵 90km를 달렸다. 다른 때 같으면 내일 110km를 남기고 멈출 텐데 상황이 이러니 오늘 뽑을 수 있을 만큼 뽑자는 마음으로 어두워진 후에도 계속 달린다. 다행히 내리막이 이어진다. 내리막도 천천히 내려온다. 한 주유소가 보이고 앞에 또 오르막이 보인다. 더 이상은 무리다.
주유소 직원이 직원들이 자는 침실을 보여주며 자라 한다. 오늘의 이 잠자리는 특별히 고맙다. 고도를 보니 어느덧 500m. 터키가 해안가를 제외하면 다 1,000m 내외로 형성됐음을 감안하면 해안가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남쪽으로 쭉 내려왔고 고도도 낮아져서 밤인데도 덥다. 그 동안은 잘 땐 항상 침낭이 필요한 기온이었다.
70km 남았다. 그 사이 바퀴가 멈추지 않고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을 안고 자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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