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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정도 되는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하강. 뒷바퀴의 소음은 점점 커지고 내리막에서도 가속이 붙지 않는다. 다시 나타난 오르막. 기어를 최저로 낮추고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끝이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목적지가 1~2km 정도라면 어떻게든 끌고 가겠는데 아직 60km가 넘게 남았다. 차를 잡는 수밖에 없다. 하필 햇볕 내리쬐는 지점에서 멈춰서 죽겠다. C 36-1자전거를 실을만한 차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한 시간을 기다려 작은 트럭을 잡는다.

목적지는 고개 너머에 나오는 해안도시인 마나브가트(Manavgat)에서 15km정도 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차를 타고 마나브가트에 들어선다. 창 밖을 보고 있는데 자전거 수리점이 보인다. 목적지까지 가서 카우치서핑 친구를 대동하고 수리점에 가려 했는데 눈에 보이니 멈춰달라 한다. 다행히 수리점 아저씨가 사기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살펴본다. 베어링이 빠지고 바퀴가 흔들거리면서 브레이크 디스크가 그 부분을 다 갈아먹었다 어긋난 채로 계속 달려 휠도 엉망이 됐다.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휠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 이게 꽤 비싼 건데 수리점 아저씨가 새 걸로 하지 말고 상태 좋은 거라며 중고 휠을 추천한다. 새 휠은 150리라(약 93,600원)정도 하는데 이건 70리라(약 43,700원)만 받겠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 밖의 브레이크 패드도 갈고, 그 동안 변속이 잘 안됐던 기어도 손봐준다. C 36-2총 95리라(약 59,300원). 꼭 이렇다. 아낀다고 아끼면 이런 식으로 돈이 날라간다. 그래도 200~300리라까지 각오하고 있었는데 좋은 아저씨를 만나 저렴하게 처리한 것 같다. 대도시였다면 제논스포츠에 부탁을 했을 텐데 당장 움직일 수조차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자전거 수리를 완료하고 15km 남은 친구 집으로 달린다.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근심거리가 사라져 홀가분하다. 수리점 아저씨가 앞 휠과 브레이크 패드도 곧 갈아야 할거라고 말했는데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하자.

이 지역은 지중해를 낀 해안 휴양지다. 호텔이며 리조트가 많이 보인다. 외국인도 많다. 도착한 곳은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 밀집해있는 곳의 한 식당이다. C 36-3카우치서핑 친구인 아틸라의 가족이 하는 식당이다. 아틸라는 어디에 가서 식당 한 켠에 앉아 기다린다. 어머니가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어준다. C 36-5아저씨와 동생, 할아버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영어를 잘 못한다. 여기 사람들은 대게 독일어를 잘 한다. 관광객도 대부분 독일 사람이다. TV도 독일 방송을 틀고, 이 지역 상가는 다 유로를 받는다. 독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악사레이에서 만났던 지한도 휴가철이 되면 독일 사람이 넘쳐난다고 했었다. 그네들의 별장이 많이 있다고 했다. 어쨌든 축구도 분데스리가만 틀어준다. 아틸라 가족은 직접 고기를 잡아 그걸로 요리하는 어부가족이다. 스머프에 나오는 빅마우스 이미지의 아저씨가 호탕하니 재미있다.

아틸라가 온다. C 36-6인사를 하고 가족과 이른 저녁을 먹는다. 관광객이 낮에는 바닷가에서 노니 낮엔 가게가 한산하고 저녁부터 사람이 오니 그전에 저녁을 먹는가 보다. C 36-4밥을 먹고 좀 있다 내가 머물 곳에 간다. 팔리지 않는 내놓은 집인지 소파 등이 천으로 덮여있다. 다 좋은데 바닷가와 1~2km 정도 거리가 있다. 잠깐 머물다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해야겠다.

술 한잔하자 해서 아틸라와 친구들을 만난다. 맥주와 ‘락키’라고 하는 터키 전통주를 마신다. C 36-7‘락키’는 포도로 만들었다는데 그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맛본 익숙한 맛인데 생각이 안 난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다.

피곤하다. 하늘에 환한 보름달이 떠 있다 추석이 어제였나? 오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