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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깔갈이를 입은 체, 양말은 한쪽만 벗겨진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난다. 언제 들어와 잔 건지 모르겠다. 완전 떡이 되지 않는 이상 샤워를 안하고 자는 경우는 없는데 단단히 취했었나 보다. 그리 많이 마신 것 같진 않은데 애들이 너무 편해 정신줄을 놨다 보다. 오랜만에 숙취가 몰려온다. 리빙룸은 어제의 시끄럽던 술자리 모습 그대로 너저분하다. 친구들 모두 헤롱헤롱 상태다. 지금은 진짜로 간절히 얼큰한 짬뽕이 그립다. 하지만 아침상은 치즈와 빵. 밥을 먹고 테라스에 나와 담배를 핀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어깨를 움츠리고 서서 술이 덜 깬 상태로 멍하니 길거리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진다. 그 동안 이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엔 좀 더 심하다. 마음이 이러면 상황은 거기에 맞춰지게 된다. 벌써 이렇게 추우면 앞으로 한달 뒤 그리스 남부 찍고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고, 게다가 고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추운 건 정말이지 못 참겠다. 다시 한번 휴식기를 가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친구들이 또 나가잖다. 옷을 챙겨 입고 동네 산보를 한다. 좀만 걸어가면 바닷가다. C 83-1방파제에 앉아 해바라기 씨 좀 까먹고 근처 카페에 가서 아이란 한잔 먹고 나르길래를 핀다. 나르길래를 파는 카페엔 다양한 보드게임이 구비돼 있다. 사파와 체스를 한판 둔다. C 83-2

그렇게 늘어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닭도리탕 재료를 싸온다. 학생들이라 여유롭지 못해 뭔가 계산을 할 때마다 서로 돈을 모으는 것 같은데 보태겠다고 해도 못 내게 한다. 그래서 이건 한국음식이니 내가 산다고 하고 계산한다. 어제 술자리를 같이 했던 친구 집이 바로 앞이라 그 친구 집에 가서 요리를 한다. 다들 맛있다고 잘 먹으니 뿌듯하다. C 83-3밥을 다 먹고 차를 마시며 한 동안 늘어져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까지 정신이 헤롱헤롱. 숙취 참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