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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새벽에 섬머타임 제가 끝나서 시간이 한 시간이 뒤로 땅겨졌다. 오늘 하루는 25시간이다.

오늘 장고의 고민 끝에 귀국을 결심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는 유럽일주 문제다. 경비 부족으로 세계일주는 못하더라도 비자가 필요한 몰도바, 벨라루스, 러시아는 빼고라도 유럽의 모든 나라는 가볼 예정이었다. 그래서 마치 수학문제 풀듯 한나라에 두 번 들어가지 않고 각 나라의 주요 도시를 쭉 연결하는 루트를 만들어보니 그 거리가 대략 3만km가 나왔다. 그렇게 길지 몰랐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가 2만km가 안되니 예산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차피 그럴 바엔 유럽횡단에 희미를 두기로 마음을 바꿨는데, 아무리 그래도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어 루트가 풀리지 않는다. 거기에 쉥겐 조약이라는 그지 같은 조약이 한몫 했다. 쉥겐 조약에 대한 내용은 귀찮아서 생략한다.

어쨌든 그 이유 때문에 프랑스에 들어가려면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빨리 나오던가 영국에 가서 3개월 이상 머물러야 한다. 유럽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스페인과 아일랜드인데 프랑스가 딱 가로막고 있으니 문제다. 스페인으로 먼저 가면 거기서 위로 올라갈 수 없고, 아일랜드로 먼저 가려면 유럽 중앙을 빙 돌고, 알프스를 넘어야 한다.

그 루트로 가면 내년 2월이나 3월쯤 알프스를 넘어야 할 텐데 날씨가 문제가 된다. 날씨는 지금도 문제여서 그리스를 돌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시점이 한 겨울이다. 경험상 지금 가지고 있는 텐트와 침낭으로는 영하의 날씨에서 잠 거의 못 잔다. 몽골에서 -30도도 경험해 봤는데 그 정도야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밤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니 바로 쫄게 된다. 달리는 건 상관없다. 오직 자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데 무더위 속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더 심해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위험하다는 말 무시하고 중동 통해 아프리카로 갈 걸 그랬다. 어차피 이젠 무비자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밑으로 내려 갈 수 없다. 고런 루트상의 문제와 추위가 첫째, 둘째 문제.

세째는 그냥 친구랑 놀고 싶어서다. 터키 중, 서부로 오기 전까지는 술 마실 기회가 많지 않아 덜 했는데 최근 술을 좀 먹다 보니 술자리 자체는 그걸로 즐겁지만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몇 주전 술에 취한 새벽에 출근한 친구와 메신져를 하는데 “그럴 때는 들어와야 돼” 했다. 그땐 그냥 웃고 넘겼다. 근데 어제 아침 숙취에서 잠이 깨 복잡한 루트를 점검하다 밖에 나와 담배를 피니 졸라 춥더라. 모든 근심이 한꺼번에 몰려온 거다. 그래서 이럴 땐 들어가는 게 최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번 그런 적이 있으니 연속성이 깨지는 아쉬움은 없다. 귀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순전히 비행기 값 때문이다. 새로 출발한 여행에서 도둑맞고, 새 카메라 사고, 여권 발급받고, 자전거도 고치고 등등 7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소비한 금액의 총액은 140만원 정도. 근데 비행기 값이 100만원이 넘으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탈출구가 필요하고 그건 하나뿐. 까짓 100만원 벌어오면 그만.

망설이다가 비행기표를 산다. 편도를 사려다 가격차이가 커서 왕복으로 산다. 11월 2일 귀국, 3월 16일 다시 출국. 4개월 동안 좀 놀다가 다시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따뜻한 유럽여행 시작. 그게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도 좋을 거라 믿는다. C84-1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문자 돌리며 술 약속 잡는다.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