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에게 뭐 하나라도 건네기 위해 그랜드 바자에 다시 간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괜찮아 보이는 것들이 많았는데 막상 사려니 딱히 마음에 드는 게 눈에 띄지 않는다. 친구들이 계속 졸졸 따라다녀 부담스러워서 어디서 만나기로 하고 혼자 여유롭게 둘러본다. 그러려고 캠코더도 놓고 왔다.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다 비슷비슷. 그냥 적당한 걸로 통일해서 산다. 친구들과 만나 집으로 돌아온다. 어디만 가겠다 하면 보호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차비도 대신 내주고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세 친구가 오더니 작은 선물을 내민다. 나를 위한 담배 파이프와 엄마를 위한 손 지갑, 그리고 누나를 위한 손 거울. 나랑 엄마는 그렇다 치고 누나건 뭐냐면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장기간 짐을 맡기기가 뭐해서 누나가 몸이 안 좋아서 집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준비한 거다. 선물을 주고선 누나를 위해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고 영상편지 찍어달란다. 지들끼리 구글 번역기를 돌리며 영어를 만들어서 비디오를 찍는다. 얼른 나서 웃는 얼굴로 이 거울을 보라 하는데 이거 미안해서 원… 이래서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거짓말을 한번 하기 시작하면 이게 점점 커져서 계속 거짓을 꾸며야 한다. 난 4개월 뒤 누나의 쾌차 소식이라는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냥 짐을 맡겨도 흔쾌히 맡아줄 친구들인데 내 맘 편하겠다고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 미안하고 너희의 마음은 평생 가지고 가마.
내일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모레 한국땅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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