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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날씨가 찌뿌둥하니 별로다. 몸도 찌뿌둥하니 별로다. 에라 모르겠다 하루 더 머물러야지. 바투가 나간다고 하니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터키 역사 관련 자료 좀 찾아봐야겠다. 집도 널찍하고, 조명도 좋고, 인터넷도 빨라서 작업하기 좋다. 늦게까지 그냥 그렇게 나름 작은 리포트를 완성시킨다. C 80-1

저녁에 들어온 바투가 해주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바투의 친구가 기자로 리비아에 있었단다. 너무 할 일이 없어 그만두고 돌아왔다는데, 터키 온지 얼마 안되고 시위가 시작됐다는 것.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리비아는 복지가 잘돼있어 살기 좋았다고 한다. 기름이 많이나니 휘발류나 가스값은 거의 공짜고, 무상 교육에 무상 의료, 국가에서 달마다 2백인가 3백 유로의 생활비를 주고, 결혼을 해도 지원금 주고 등등… 살기 좋은 나라라고… 실제로 리비아는 카다피 집권 이후 삶의 질이 세계 상위권에 속하게 됐다는 유엔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오늘 리비아는 나라의 법 체계를 샤리아 율법에 근간해 삼을 것을 공표했다. 샤리아 율법은 꾸란과 마호메트에 기초한 이슬람 율법이다. 그리하여 리비아에선 금지됐던 일부다처제가 부활하고, 절도엔 손목절단형, 간통엔 투석 사형제를 실시하게 된다. 다수의 국민이 원해서 그렇게 됐다면 할말 없다. 용감하게 싸워 파렴치한 독재자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것을 찾았다면 다행이지.

태국을 여행할 때 탁신 복귀 추진 시위가 한창이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탁신을 그저 공금횡령 범으로만 알고 있을 거다. 맞다. 탁신은 졸라 많은 돈을 삥땅 쳤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탁신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사업으로 때 돈을 벌어들인 입지전적인 사업가 출신의 총리로 철저히 서민 지향의 정책을 폈다. 그래서 탁신은 정권 당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군부에 의해 탁신이 쫓겨난 후 태국은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의 정치가 시작되고, 물가는 엄청나게 급등했다. 그게 얼마나 못살게 만들었으면 구테타로 쫓겨난 삥땅범을 다시 총리에 앉히자고 시위를 했을까.

리비아 시민군은 어떻게 카다피 군에 계속 저항할 수 있었을까? 이게 과연 시민군의 승리일까? 거슬러올라 이란과 이라크는 왜 싸웠을까? 이란과 미국은 왜 그리 못 잡아 먹어 안달일까? 후세인은 왜 죽었을까? 오바마 정부에선 왜 미국 내 원유 시추 금지를 해제했을까? 결국 다 한 큐다.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말겠다.

너무 많은 것이 숨겨지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떠들어댄다. 그리고 순진하게 믿어버린다.

맞다. 탁신이나 카다피는 다 나쁜 놈이다. 변명의 여지도 없다. 개새끼라고 욕하고 개에게 미안해 하면 된다. 그건 내가 박정희를 나쁜 놈이라고 하는 이유와 같다. 나쁜 놈의 빈자리에 더 나쁜 놈이 앉지 않길 바랄 뿐이다. 카다피 죽었다고 좋아하는 리비아 국민의 미소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서울에선 오랜만에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한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