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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탁심 스퀘어로 간다. 4km 정도라 동네 구경도 좀 할 겸 슬슬 걸어간다. 동네 구석구석 작은 골목들 사이의 모습은 여느 작은 동네 주거지와 큰 차이가 없다. 낮이다 보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보인다. 많은 아줌마들이 머리에 머플러를 두르고 있다. 세대 차가 느껴진다. 골목길은 엄청난 경사길이 많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경사도 여럿 보인다. 걷는데도 땀이 날 정도니 이스탄불은 체력단련에 좋은 동네다.

탁심 스퀘어엔 징글맞은 비둘기가 잔뜩이다. C 79-1연락됐던 윤호를 만난다. 우선 가까운 카페에서 차를 한잔한다. C 79-2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터키어를 더 배우기 위해 몇 달 더 머무는 중이란다. 터키에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라 한다. 찾아보니 유럽연합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우신예찬’으로 유명한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른단다. 윤호는 언어에 관심이 많은지 몽골어, 폴란드어, 일본어 등도 공부했다는데 터키어가 제일 쉽단다. 언어학적으로 비슷한 계통이라 그럴 테고, 알파벳도 우리에게 익숙한 라틴 알파벳이라 그럴 게다. 6개월도 안되게 공부했다는데 현지인과 크게 불편하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나는 3개월 가까이 있어도 터키에 들어온 첫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관심의 차이다.

차를 먹고 배를 타고 윤호의 집이 있는 아시아 쪽으로 넘어간다. C 79-3C 79-4윤호는 터키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다. 잠시 쉰 후 한 친구와 나가서 담배를 사러 간다. 터키의 담뱃값이 비싸다 보니 동유럽에서 담배를 밀수입해 파는 곳이 있단다. 구석진 길목에서 검정 비닐봉지에 담배를 담아놓고 갑당 3리라(약 1,950원)에 팔고 있다. 이것도 그리 싼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일반 담배의 반값이다. 일주일 정도 뒤에 터키를 떠날 테니 그때까지 버틸 세 갑을 산다. 그리고 해안가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고등어 샌드위치를 먹는다. 자반 고등어같이 구워 반쪽을 야채와 함께 빵에 껴주는데 열라 맛있다. 그리고 맥주를 사 들고 바닷가 방파제에 가 앉아 마신다. 바다 건너편 유럽 쪽 야경이 좋다.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의 조명도 보인다. 바람이 불어 쌀쌀하지만 여름이면 죽치고 앉아 놀아도 좋겠다. C 79-5다시 윤호의 집에 가서 차를 두잔 마시고 메트로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대단한 얘기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니 그것만한 게 없다.

내일 바투의 집을 떠나 다른 친구네로 이사 갈 생각이다. 한 친구네서 너무 오래 머무는 것도 미안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