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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가 아침을 먹으러 가자 해서 나간다. 간단히 근처에서 먹을 줄 알고 맨발에 운동화를 꺾어 신고 나왔는데 차에 태운다.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 이 자식 졸라 부자였잖아. 고가의 오토바이를 타는 바이커라 그게 주 교통 수단인줄 알았는데 이런 차도 있다니. 많이 얻어먹어도 되겠다. 부락도 그랬는데 바투 역시 차를 엄청 빠르게 몬다. 오토바이를 즐기는 애들이라 자동차도 그렇게 몰고 다니나 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해안가에 있는 식당에 자리한다. 어제 보트 투어 하면서 봤던 비싸 보이는 해안가 식당.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이런 저런 모습을 종합해볼 때 이곳이 서울의 청담동이나 신사동, 압구정 쯤 되는 것 같다.

터키전통 아침식사이라고 시켜준 메뉴는 치즈, 빵, 샐러드, 오믈렛 등 아침정식 같은 거. 근데 치즈나 빵, 샐러드가 조금씩 다양한 종류가 나온다. 터키에서도 아침은 든든하게 먹으라는 말이 있단다. 말마따나 든든하게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그거 만지는데 낮 시간을 다 보낸다. 그리고 저녁 먹으러 가자 해서 나간다. 원래 오늘 저녁 유명한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합동 콘서트가 있어서 거기 같이 가자 했었는데 얼마 전 남동부에서 군인 25명이 죽는 테러가 일어나서 콘서트가 취소됐다.

택시를 타고 탁심 스퀘어로 간다. 토요일 저녁이라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C 76-3골목에 있는 식당에 들어간다. 층마다 화로 앞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이 있는 고깃집이다.C 76-1 자리에 앉아 고기를 주문하면 밑반찬 같은 게 깔린다. 처음엔 양간을 시켜 먹는다. 밀전병을 손에 놓고 고기와 샐러드 등을 얹어 싸먹는다. 먹는 방식이 상추쌈이랑 거의 같다. 터키 전통술인 ‘락키’도 같이 마신다. C 76-2이게 계속 무슨 맛일까 생각이 떠나지 않아 짜증났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는 추억의 맛이 떠오른다. 터키 전통 술 ‘락키’는 어린 시절 엄마가 숟갈에 떠서 먹여줬던 감기약 시럽과 거의 같은 맛이다. 포도로 만든 술에서 왜 그런 맛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맛이다. 락키와 함께 케밥, 닭봉, 날개 구이 등을 맛있게 먹고 나온다.

그리고 어느 펍에 간다. 평범한 펍인데 입구에서 손님을 걸러낸다. 별 특별한 것도 없는 평범한 펍의 분위기였는데 맥주를 한 두잔 먹고 있는 사이에 음악이 빨라지고,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특별한 무대도 없는 좁은 펍에서 다들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예쁜 여자들도 많은 것이 소위 말하는 물 좋은 유명한 펍이었던거다. 몸은 들썩거리는데 남녀가 엉켜있는 사이에서 남자 둘이 뻘쭘하게 춤추기도 그렇고 애매한 상황이다. 몸이 원하는 데로 그냥 놔주면 되는 것을 아직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구나. 바투도 얌전한 스타일이라 한동안 앉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앉아있는 사람이 없는 지경이 돼서 우리도 일어나 댄스에 동참한다.

사실 클럽 같은 정신 사나운 술자리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끔 어떤 때는 이런 데서 노는 게 굉장히 즐겁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클럽이나 펍에서 나오는 음악이 맘에 들지 않아서 싫은 것도 있다. 이런 신나는 곳에서 놀고 있으면 친구들 생각이 무지 난다. 한적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술 마시고 시끌벅적한 곳에서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몹시 밀려온다.

한동안 놀고 있는 중에 바투의 친구 하산 내외가 온다. 같이 좀 더 놀다 나온다. 새벽 2시 반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많다. 한국 떠나고 서울 유흥가와 가장 비슷한 곳이다. 야식 가게도 있어서 코코렉을 먹는다. 홍합 속에 양념한 밥을 넣고 찐 게 있어 그것도 먹는다. C 76-4시골에서 농장을 하고 있는 하산 내외와 같이 바투의 집으로 돌아온다. 하산은 효도르처럼 생겼지만 시종일관 농담을 그치지 않는 유쾌한 친구다. 하산이 가져온 ‘아이바’를 먹는다. 전에 사과모양에 복숭아 맛이 난다 했던 그 과일 이름이 ‘아이바’였다. 찾아보니 모과과 과일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노닥거리다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