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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일찍 일어나 메트로버스를 타고 셀마 아줌마네 회사로 간다. 부락이 빌려준 교통카드를 이용할 때는 메트로버스 요금이 2.1리라(약 1,360원)이었는데, 일회용 티켓을 사니 3리라(약 1,950원)다. 차이가 심하다. 근처에 도착해 가게에서 담배를 하나 산다. 이즈미트에서 만났던 세르잔이 곧 담배와 기름값 인상이 있을 거라 했는데 항상 피던 4.5리라(약 2,930원)짜리 담배가 6.5리라(약 4,230원)가 됐다. 한방에 50% 인상은 너무 심하다. 처음에는 4.5리라에도 벌벌 떨다가 지금은 좀 익숙해 졌는데 6.5리라가 되니 이거 또 망설여진다.

셀마 아줌마를 만난다. 우선 사원 식당 같은 곳에서 간단 요기를 한다. 셀마 아줌마는 내일 한국 출장을 가야 해서 좀 바쁘다며 직장 후배인 핫산을 소개해 준다. 하산과 함께 이스탄불 구경에 나선다. 일하는 거 방해하는 게 아니냐 물으니,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며 좋아한다. 나한테 이럴 필요 없는데 왠지 친구를 대신해 회사 차원에서 간단한 접대를 하는 거 같아 이상하다.

우선 부둣가에 가서 좀 둘러본 후 C 75-1보트투어를 하는 배에 올라탄다. 이스탄불 아시아판과 유럽판 사이에 있는 바닷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내려오는 투어다. C 75-4사람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다. C 75-2C 75-5핫산의 설명 하에 해안가에 있는 건물이니 여러 가질 둘러본다. 비싼 집, 제일 유명한 클럽 뭐 그런 것들이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한강과 비슷하거나 좀 더 큰 폭인데, 유럽판에는 클럽이나 호텔, 식당 등이 해안가를 차지하고 있고, C 75-6아시아판에는 일반집이 차지하고 있다. C 75-3어디든 해안가나 강변에 위치한 곳은 비싸다. 해안에 있는 집은 바다와 접하고 있어서 바로 수영도 할 수 있게 돼 있어 좋아 보인다. 아무래도 강수량에 따라 수위가 변하는 강과 달리 수위를 유지하는 바다이다 보니 저런 위치에 집이 가능할 것이다. 이스탄불 하면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고,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아랍음악 배경으로 깔며 복잡한 재래시장이나 유적지를 보여주곤 하는데, 이스탄불은 전체적으로 그냥 모던한 대도시의 모습이다.

좀 지루했던 보트투어를 끝내고 밥을 먹으러 간다. 한국 식당 찾아보겠다는 걸 괜찮다 하고 유명하다는 골목에 위치한 맛집에서 케밥을 먹는다. C 75-7이란에서 자주 먹던 꼬챙이에 굽는 ‘아다나 케밥’. 올루데니즈에서 만난 리팟은 이란 케밥은 육즙이 거의 없는 말라비틀어진 케밥이라며 맛없다 했는데, 과연 터키 케밥이 더 맛있긴 하나 가격이 세네 배 차이니 이란 케밥을 욕할 일은 아니다. C 75-8

점심을 먹고 ‘술탄 아흐메드’지역을 구경한다. C 75-9이스탄불이 굉장히 큰 도시라 론리플레닛을 보면 이스탄불을 7개 구역으로 나눠 설명한다. ‘술탄 아흐메드’는 그 중 하나로 제일 유명한 유적지인 아야소피아(Aya Sofya)가 있다. C 75-10우리가 흔히 ‘성 소피아 성당’이라 말하는 곳. 비쟌틴 제국 때 지어진 성당이긴 하나 오스만 투르크가 이스탄불을 점령하고 모스크로 변한지가 수백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성당이라 부르는 건 서양식 관점의 주입 때문 일거다. 그냥 현재 명칭인 ‘아야 소피아’로 부르는 게 타당치 않을까 싶다. 지금은 모스크도 아니고 그냥 박물관이다.

아야소피아의 간단 변천사는 4세기 때 처음 지어지고, 손실된 걸 5세기 때 다시 재건하고, 15세기 오스만투르크 점령 후 다시 많이 망가진 걸 보수해서 모스크로 기능을 바꾼다. 그 뒤로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보수 공사를 해서 모스크 주변의 첨탑 네 개가 모양이 다 다르다.

어쨌든 20리라(약 13,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론리플레닛에 따르면 최고의 대리석 건물 중 하나라고 해서 내게 최고로 각인된 타즈마할과 견줘 어느 정도 선방을 할 것인가 기대를 했는데, 겉모습은 그저 그렇다. C 75-11내부로 들어가니 웅장한 내부 모습이 나타난다. C 75-12오래된 천정의 벽화 등이 좀 흥미롭다. 핫산이 설명을 해주는데 천정 바탕의 누런 색은 금칠이라 한다. 오호~ 이걸로 먹고 들어가는군. C 75-16C 75-15C 75-13

이층으로 올라가니 내부를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C 75-18내부 둘레에 걸려있는 이슬람 성인들의 이름 현판이 독특하다. C 75-27그리고 여기저기 벽화가 있다.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림이 아니라 모자이크다.C 75-25C 75-23 C 75-22C 75-24C 75-20그것 역시 금과 대리석으로 만든 모자이크. 아야 소피아의 명성이 아마 이것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금과 대리석 모자이크라니… 황제의 명을 빽으로 건축가가 비싼 창조력을 뽐냈구나. 금으로 된 모자이크이다 보니 여기저기 뜯겨져 있는 게 많다. C 75-211,700년 전에 지어진 거다. 금이 이만큼이라도 남아있는 게 용하다. C 75-14

전체적으로 비교적 볼만하긴 하나 타즈마할에 견줄 바는 아니다. 이런 덴 대게 이 유명한 걸 직접 봤다는 만족감이 80% 이상일거다. 나 같은 일반인에게 유적지 방문이란 그런 것. C 75-17C 75-26C 75-28

아야소피아를 나와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블루모스크에 간다. C 75-29블루모스크는 당시 술탄이 아야소피아보다 더 멋진 걸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하에 건축된 건데, 그 소기의 성과는 못 올린 모스크다. 블루모스크는 여전히 모스크의 기능을 하고 있어서 무료 입장이다. 그런데 하필 기도 시간이 시작돼서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C 75-30사실 그다지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터키의 모스크는 그 건축양식이 거의 비슷해서 블루모스크가 규모는 크나 그것 말고는 차이점이 없는 모스크가 여기저기 졸라 많다. 위치를 말해주지 않고 사진만 보여주고 찾으라 한다면 이스탄불에서만 수십 개의 블루모스크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미련 없이 돌아서 역시 근처에 있는 바실리카에 간다.

바실리카는 그냥 지하에 있는 저수조다. 카파도키아 근처 도시에 볼만한 지하도시가 있다는 걸 귀찮아서 지나쳤는데, 여기 바실리카는 지하도시는 아니고 그냥 저수조일 뿐이다. C 75-31저수조를 뭘 이리 공들여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덕에 후손들 관광수입 올리니 나쁠 것도 없다. 사실 그들의 후손은 아니지만… 많은 기둥 중 두 개는 메두사의 얼굴을 깔고 있는데 무슨 의민진 모르겠다. 뭐 악귀를 막는다는 그런 거겠지. C 75-32

바실리카 구경까지 마치니 4시가 넘는다. 어디 성을 또 가자는데 좀 지친다. 그리고 모든 교통료, 입장료, 밥값 등을 다 내주니 미안해서 그만 멈추고 싶다. 너도 퇴근할 때 됐으니 공원에서 음료수나 하나 먹고 쉬다 가자고 한다. C 75-33C 75-34그렇게 관광을 마치고 핫산과 헤어진다.

난 바투에게 연락을 한다. 시간이 되면 저녁에 보자고 했었다. 탁심 스퀘어에서 바투를 만나 그 근처를 둘러본다. C 75-35술탄 아흐메드 지역이 유적지 지역이라면 탁심 스퀘어 근방은 번화가 지역이다. 서울의 명동이라 보면 된다. 금요일 저녁이라 사람이 무지 많다.C 75-36 여기저기 버스커들도 많다. 중심가 끝에는 갈라타 타워라는 탑이 하나 있다. C 75-37이것도 유명한 유적진데 입장료 내야 한데서 안 올라간다. 바투가 내주겠다는데 귀찮다고 한다. 그리고 구석구석 골목을 걷는다. 여기저기 괜찮은 펍이 많이 보인다. 피데로 저녁을 먹고 한 펍에 들어가 맥주를 마신다.

이젠 영어로도 얘기를 많이 한다. 영어 실력이 는 게 아니라 그냥 틀려도 신경 쓰지 않고 막 말해도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졌다. 어차피 말이라는 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거니까. 둘이 있는데 영어 못한다고 멍하니 있을 수도 없고 막 뒤죽박죽 말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술을 좀더 사와 마신다. 집에 있던 민트향 보드카가 맛이 좋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알찬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