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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다. 이 동넨 돌아다닐 때도 없고 저녁에 약속도 있고 해서 낮엔 그냥 집에 머문다. 밥도 해먹고 예능프로도 보면서 빈둥거리다 5시쯤 집을 나선다.

7시 약속이라 두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싶었는데 차가 무지 막힌다. 서울과 비교해 면적이나 인구는 비슷할 텐데 길게 늘어진 도시라 동서를 가르는 주요 도로의 체증이 심하다. 그리고 전화기도 집에 놓고 나왔다. 너무 늦을까 싶어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탄다. 3km 정도만 가면 되는데 20리라(약 13,000원)란다. 바가지 씌우는 것 같지 않은데 너무 비싸다. 기름값이 비싸서 그럴 법도 하고 당장 방법이 없어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인 탁심 스퀘어에 간다.

탁심 스퀘어는 이스탄불의 중심가다. 서울 시청 광장 분위기와 비슷하다. 좀 늦게 도착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전화를 건다. 잠시 후 부락의 친구가 데리러 온다. 작은 펍에서 부락을 만났는데 왜 자전거 안 갖고 왔냔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기는 내일 우크라이나 가야 한다고 다른 곳에 머물 곳을 마련해 놨다고 한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내 영어가 짧아 전화 통화로 얘기하면 정확히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다. 친구네 집이냐 물으니 친구가 아는 호텔에 돈 주고 머물게 해줄라 그랬는데 내일은 힘들 거라 한다. 어쩔 수 없지 뭐. 오늘 집에 가서 카우치서핑 알아보면 된다 하고 우선 놀자고 말한다. 호텔보다 먹을 게 있는 집에 더 좋다.

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노닥거린다. C 73-1한 친구는 무슨 다용도 머플러 같은 걸 가져왔는데 내 선물이라며 몇 개를 건넨다. 이거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다고 머플러에 터키 국기와 태극기, 그리고 내 이름이 새겨 왔다. 이름 철자는 틀렸지만 감동스러운 선물이다. 간단한 용품인데 굉장히 유용해 보인다. C 73-4

전체적으로 영어가 잘 안 통해 부락의 통역으로 얘기를 나눈다. 술을 그떻게 많이 즐기는 나라가 아니라 간단히 몇 잔만 먹고 하나 둘씩 빠진다. 이런 모임에서 2차 3차로 향하지 않은 게 좀 어색하다. 우리도 곧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 둘이 부락의 집에 찾아온다. 내일 우크라이나에 같이 갈 친구들이다. 무슨 경품 같은 거에 당첨돼서 챔피언스리그 축구 경기 보러 간단다. 좋겠다. 그 친구들과 같이 위스키를 마시며 논다. 남자들끼리 얘길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 얘기로 빠진다. 부락은 내가 여행하는 2년 동안 여자와 잠자리를 갖지 않은 게 무슨 대단한 일이 되는 냥 보는 사람마다 에게 그 얘길 한다. "너 그러다 죽어.” 그 얘길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 숙소에 묶지 않으니 내 공간이 없고 그런 상태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봐야 한다.

그리고 웃긴 음담폐설을 하나 하자면… 터키에선 축구 경기를 할 때 장난치듯이 일장기를 가져가서 흔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경험을 갖는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면 침대에 처녀혈이 남는데, 일장기를 보면 그게 연상된다고 한다. 터키 남자들은 일장기를 보면 다들 그 생각을 하면서 웃겨 한단다. 그러니까 축구 경기에서 일장기를 흔드는 건 속된말로 널 먹어버릴 테다… 뭐 그런 의미.

친구들은 자지 않고 아침 5시에 나간다고 해서 난 열심히 카우치서핑 메세지를 뿌린다. 잠도 못 자고 나가게 생겼다. 짧은 시간에 머물 곳이 구해질지 모르겠다. 내일 셀마 아줌마 만나기로 했는데 잠도 못 자고 당장 머물 곳도 없고… 좀 짜증스러운 순간이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원…

3시가 넘어서 두 명에게 OK 메세지가 와서 가까운 쪽 친구네 집으로 가려고 연락을 하니 자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오란다. 서둘러 짐을 싸고 부락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다. C 73-2

3시 40분. 도로엔 청소차가 가끔 보일 뿐이다. 새벽 댓바람에 두 시간을 달려 새로운 친구 바투네 집에 도착한다. 거의 아침인데 고맙게도 방문을 허락해줬다. 우선 내일 얘기하자하고 서로 잠자리에 든다. C 73-3이 집이 중심가와 가까워서 동네 구경하긴 더 좋겠다. 나도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