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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오늘도 날은 흐리고 춥다. 그래도 비는 안 온다. 식빵으로 아침을 먹고 나온다. 세르잔에게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바람 드럽게 분다. 지겨운 맞바람. 날도 추운데 바람까지 심하니 손이 다 시렵다. 터키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평지가 없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다 고속도로를 탄다. 톨게이트에 있는 경찰이 잡지 않길래 괜찮나 싶어서 들어갔는데 어느 정도 달리다 다른 경찰에게 잡힌다. 영어도 못하는 경찰이 다짜고짜 여권을 달라해서 그냥 확인하려나 보다 싶어 줬더니 딱지를 끊는다. 젠장 이건 무슨 경우야. 말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고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66리라(약 43,000원) 딱지가 손에 쥐어진다. C 71-1이게 말이 돼. 66리라라니. 딱지 끊기는 건 언제나 기분 졸라 드럽다. 이거 안내고 쌩까면 출국할 때 문제가 생기려나 모르겠다. 아~ 젠장 별게 다 짜증나게 만드네.

고속도로를 나와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있는데 자전거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차 운전사 아저씨가 세우더니 해안가 길이 평평하다며 직접 안내해준다. 해안길이 평평하긴 한데 막힌 곳이 없으니 바람이 더 심하다. C 71-2여러모로 짜증난다.

7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이스탄불에 들어선다. C 71-3빵을 하나 사먹고 쉬는데 또 경찰이 와서 여권을 달란다. 몸 수색까지 하고 간다. 분위기가 왜 이런 거야. 곧 해가 진다. 퇴근 시간이 되니 엄청난 교통체증이 시작된다. 여기도 서울 못지 않다. 지형상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를 넘는다. C 71-4아시아를 넘어서는데 2년이 걸렸다. 아시아 너무 크다. 목적지가 서쪽 외곽이다. 차는 졸라 막히고 바람도 심하고 죽겄다. 중심가를 좀 벗어나니 차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차들의 속도가 빨라진다. 강변북로 같은 길을 달리는데 옆으로 빠지고 들어오는 길이 많아 우측 가장자리로 달려야 하는 나는 들어왔다 나왔다 하면서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두 번 사고 날뻔하고 거의 다 도착할 즈음 비가 쏟아진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12시간 동안 15분 쉬고 150km를 달렸다.

곧 부락을 만난다. 그래도 한번 봤다고 많이 반갑다. 부락도 굉장히 반가워한다. 집이 크진 않지만 좋다. 1,500만 원짜리 오토바이 타고 여행하는 사람이니 예상은 했었다. 인터넷은 한국 떠난 이후로 제일 빠르다. 우선 맥주를 먹고 샤워를 한 후 피데를 시켜먹는다.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한다. 부락도 캠코더를 들도 다녔는데 지금 편집 중이라고 한다. 이거 잘 만들어서 방송국에 팔고 내년 4월에 다시 여행 출발한다고 한다. 편집은 여행할 때부터 준비해야지 끝나고 처음부터 하려니 죽겠다고 조언해준다. 캠코더도 내 거보다 좋은 거고, 광각 렌즈를 갖고 다녀 영상이 좋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광각 렌즈는 진짜 필요한 건데 비싸고 무거워서 구입하지 않아서 후회스러운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왕 할거면 힘들어도 제대로 해야 하는 건데…

어쨌든 반가운 친구를 다시 만나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