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눈곱이 얼마나 꼈는지 눈꺼풀이 붙어버렸다. 거울을 보니 밤에 라면 열 개는 먹은 것처럼 붓고, 눈동자는 빨갛게 충혈돼있다. 어제 먼지 많은 밤길을 돌아다니다가 먼지가 많이 들어가 지저분한 손으로 좀 비벼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네팔에서 썬글라스를 잃어버려 쨍한 햇볕과 먼지통을 무방비로 다녀서 더 한 것 같다. 이쪽이 낫다 싶으면 저쪽에 이상이 생기고 몸이 성하지가 않다. 거울을 보니 몸이 부쩍 말랐다. 60kg초반대로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잘 먹는다고 먹어도 한 때 뿐이니 살이 붙을 수가 없다. 먹는 데는 아끼지 말자 했지만, 거의 모든 소비가 먹는 것이니 안 아낄 수가 없다. 여행 끝나고 탈이 난다면 다 무의미한 것일 텐데, 가난한 여행자의 설움이랄 수밖에…
예정에도 없던 휴식.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닥거리며 에어컨 나오는 방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비싼 방값을 보상받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써도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는다. 론리플래닛을 보니 이곳이 인도의 성스러운 두 강인 강가와 야무나강이 만나는 곳이라고 하던데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이들에겐 그게 특별한 의미겠지만 우리에겐 흙탕물과 똥물의 말리고 싶은 만남일 뿐이다.
예산을 생각하면 내일 당장 떠나야겠지만 몸을 생각하면 완쾌 후 출발하는 게 좋다. 재상이의 상태는 호전된 듯 보이지만 놈이 확실히 얘길 안 해서 정확한 상태를 모르겠다. 내일 상황을 봐야지.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밝다. 어제가 추석이었는데 다들 잘 지냈는지 모르겠다. 올해 최고의 연휴라고 하던데… 한국의 시간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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