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로나네 집에 간다. 외할아버지네 살구 수확하러 가야 한단다. 일로나네 가서 밥을 먹고 잠시 쉬다가 부모님과 함께 움직인다. 베오그라드에서 30~4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시골 동넨지 알았는데 그리 시골스럽진 않다. 살구 따러 간다 해서 더운데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지만 그냥 뜰에 살구나무 한 그루 뿐이다.
다닥다닥 많이도 열렸다. 하나 먹어보니 달짝지근하니 잘 익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땐 살구를 많이 먹었었는데 요샌 통 보이지가 않는다. 수지가 안 맞나…
살구를 따고 동네를 둘러본다. 특별한 거 없는 작은 마을이다.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집이고, 집에 돼지나 닭 우리가 있는 걸 보면 꽤나 시골이었던 것 같은데 도시와 멀지 않으니 서서히 개발이 된 것 같다.
돌아와 밥을 먹고 이웃집에 놀러 간다. 작은 마을인 만큼 이웃 사이가 정겹다. 수박을 썰어놓고 맥주를 마신다. 나는 뭐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고 애써 웃음만 지어 보일 뿐이다. 간단히 술자리를 끝내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오면서 전에 먹었던 고기파이가 생각나서 사러 간다. 흔치 않은 24시간 가게다. 여기선 가격이 kg당으로 표시돼 있고, 무게로 주문을 한다. 전반적으로 다 그런 식으로 판다. 돌아와 파이를 먹고 누워 일로나와 함께 ‘뿌리깊은 나무’를 본다. 한글 공부 겸 해서 영어자막과 함께 다운받아 줬는데, 옆에서 볼 때마다 같이 보게 된다. 잘 만든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고 자리에 눕는다. 거 조금 살구 딴것도 일이라고 피곤하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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