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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C#2. 11월 21일

2017. 2. 17. 13:13 | Posted by inu1ina2

너무 다행스럽게도 인후는 장인, 장모님과 잘 논다.


오랜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다. 밥을 먹고 바로 필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인후의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1년 남은 일로나의 여권을 재발급받아야 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공적 서비스 시스템은 단언컨대 세계 최고 수준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말 그대로 ‘일’이 된다는 걸 직접 접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일로나가 여권 재발급과 인후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에 주변에선 행운을 빈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우선 여권 재발급을 받으려고 경찰서(이곳에선 경찰서에서 여권을 관리한다.)에 들어가는데 시작부터 저지를 당한다. 이유는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럼 예약은 어떻게 하느냐. 내일 아침에 와서 선착순으로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한단다. 언제부터? 모른다. 그냥 빨리 오는 순이다. 경비는 6시 반쯤에 오라 한다. 별수 없으니 일단 후퇴. 장인어른께서 내일 아침에 오시겠다고 한다. 


다음은 인후의 출생신고를 하러 구청 같은 곳에 간다. 이곳은 민원처리를 위한 창구가 따로 없고, 그 업무를 보는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한국에서 세르비아 대사관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문의하고 모두 준비해왔지만 당연한 것처럼 이곳에선 다른 서류를 추가로 요구한다. 중요한 건 인후의 한국 기본증명서(우리나란 출생 증명서가 따로 없어서 기본 증명서로 대신한다.)를 세르비아어로 번역 공증한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 공식적으로 세르비아는 아포스티유 협약국이라 영어로 번역 공증하고 아포스티유 인증된 서류를 받아야 하지만 싫다는데 뭐 어쩌랴. 문제는 아포스티유는 한국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것. 다행히 세르비아 번역본은 아포스티유까지는 필요 없고 공식적인 공증만 있으면 된단다. 그저 지들 보기 편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한국대사관에서 영사 공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어서 대사관에 전화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한다는 소리가 세르비아는 협약국이니 영역본을 받아야 한다. 그걸 받지 않으면 법원에 문의 하라를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한다. ‘아~ 헛소리 마시고 그냥 번역본에 도장이나 하나 찍어줘요.’ 다행히 대사관에선 금방 상황을 이해한다. 내일 방문하기로 하고 우린 아무런 성과도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일로나가 설명을 해주니 장인어른이 웃으며 만약 법원에 가면 20년 뒤에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 거라며 웃으신다. 지금 나라 꼴이 엉망진창이지만 우리나란 이래저래 살기 참 편한 나라인 건 확실하다.


시차 때문인지 잠을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몸에 힘이 없고, 뭔가 개운치 않다. 중간중간 인후를 재우느라 잠깐 누워있으면 금세 졸음이 쏟아진다. 시차 차이가 크게 나는 나라는 짧은 여행을 하면 안 되겠다 싶다. 내 맘대로 자고 싶을 때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면 상관없겠지만, 항상 애를 기준으로 해야 하기에 더 그렇다. 부모 노릇은 쉬운 게 아니다.

장모님은 내가 집에서 맨발로 있는 게 왠지 눈엣가시처럼 느껴지시는지 자꾸 안 추우냐고 묻는다. 일로나가 항상 집에서 양말을 신고 있을 때, 보는 내가 답답해 벗고 있는 게 낫지 않냐 물었었는데 그 반대 상황이 된 거다. 우리는 바닥이 따뜻한 난방을 하니 발을 감쌀 필요가 없고, 이곳은 라디에이터로 난방하니 바닥이 차서 그런 겔 게다. 아마 그래서 우리나란 카펫 문화가 없는 것일 거고…


여행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 그네들의 삶을 접하다 이렇게 문득문득 그들의 습관이나 관습이 이해되는 순간이 있다. 경우에 따라선 가지를 뻗어 나가 여러 의문이 한꺼번에 풀리기도 한다. 여행하다 보면 그런 재미가 쏠쏠하다. 왠지 인류학에서 이런 문젤 다르지 않나 싶은데, 그렇다면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부야 시작하면 다 귀찮아지지만…



한국 시각으로 잘 시간이 지나자 슬슬 졸음이 쏟아진다. 위도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지역이라. 5시도 안 됐는데 밖이 어둑어둑하다. 에라 모르겠다. 졸리면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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