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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S#1/C#4. 11월 23일

2017. 2. 17. 14:17 | Posted by inu1ina2

여전히 시차 적응이 안돼서 6시에 일어난다. 인후 밥을 먹이고 우리도 밥을 먹는다. 고작 이틀이 지난 셈인데 벌써 김치찌개가 그립다. 라면이라도 좀 사 올 걸 그랬다.


장인, 장모님이 애와 노는 사이 방에 들어와 좀 늘어진다. 다른 사람은 처가에 가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차피 말이 안 통해서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런 게 좀 편한 면도 있다.


좀 쉬다 장인어른의 차를 타고 한국 대사관에 가서 어제 부탁해놓은 번역 공증 서류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티토의 무덤에 들린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장인어른이 가보겠냐는 말에 그러자 했다. 사실 티토에 대해선 잘 모른다. 과거 많은 사회주의 국가의 독재자 중 하나라는 것과 여전히 이곳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 정도다. 박정희의 경우 때문에 부모 세대에 경제발전을 이룬 독재자에 대한 향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장인어른은 선거 때가 되면 자기는 늙어서 편향된 생각을 할 수 있으니 네가 찍을 사람을 알려달라고 딸에게 묻는 분이신데 역시 티토에 대한 그리움이 있으신가 보다. 



나랑 일로나랑 독재자 어쩌고 하는 말을 캐치하시고선 독재자이긴 했지만 나쁜 독재자가 아니었다며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티토가 죽었을 때 사상 유례없는 조문객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해온 애도 문을 든다. 관이 봉해진 기념관에도 그와 관련된 세계지도가 있는데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방문 사절을 보낸 기록이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빠져있지만… 



아는 인물 중엔 터키의 아타투르크가 큰 존경을 받는 지도자지만 과연 좋은 독재자가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훌륭한 통치를 한들 민주주의 공화정에서 장기 집권을 하는 지도자가 옳을 수 있는가 말이다. 어쨌거나 아들놈도 제 나라 역사를 알아야 하니 나도 따로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도 들른다. 뻔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점들 그리고 다양한 치즈와 훈제고기. 



세르비아에는 소금으로 염한 뒤 훈연한 고기를 많이 판다.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 숙성시킨 유명한 스페인의 하몽과 같은 생햄이다. 여기서는 거기에 훈연하고 뒷다리만이 아니라 부위별로 종류가 많다. 한국에 있을 때 가끔 처가에서 보여주셨는데, 이게 술안주엔 아주 그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몽을 파는 술집이 있긴 하다. 졸라 비싸서 그렇지. 돌아갈 때 많이 사가야지.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 일로나의 친구 집에 방문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어울리던 친구들이다. 4년 전 처음 베오그라드에 왔을 때도 잠시 만났었다. 그때 한 친구가 임신하고 있었는데 뱃속의 아기가 어느새 자라서 귀여운 아이가 됐다. 



계속 옆에 붙어서 나에게 세르비아어를 가르쳐 주겠다는 자식의 열정을 카메라를 들이밀며 관심을 돌린다. 친구들이 영어를 하긴 하지만 딱히 할 말이 없는 데다 서로들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떠는데 정신이 팔려 난 그냥 TV 나보며 라키야를 홀짝거린다.



술이 없는 여자들 모임이라 그런지 그리 오래지 않아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 사놓은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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