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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자전거를 타고 플랜차이나 사무실을 찾아간다. 특별한 용무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플랜코리아와 함께 하기로 했을 때 우리가 들리는 나라의 플랜사무소를 찾아가서 플랜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었고, 플랜코리아 측에서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줬었다. 플랜차이나 방문은 그 첫 번째가 된다. C 3-1달랑 주소만 들고 찾아가려니 사람들이 길을 이상하게 알려줘 한참을 헤맨 끝에 플랜차이나를 찾는다. 우리를 맞이해주기로 한 Lanlan 아줌마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솔직히 이런 저런 얘기라기보다 딱히 할 얘기가 없어 그냥 듣기만 했다. 무엇보다 플랜이 아동 후원 단체인 만큼 후원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후원 받는 아이들이 사는 곳이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곳이라 그곳까지 가는 차량 대절비용을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직원들의 업무모습만 담으려고 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우선은 월요일에 프로그램 진행 담당자와 만나서 간단한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돌아선다.

좀더 저렴한 빈관을 찾아보려고 시안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C 3-3시안은 원나라 때 중국의 무게중심이 북경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가장 번성한 도시여서 그런지 꽤 크고 고풍스런 모습이다. 도시 중심부를 둘러쌓고 있는 성곽이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전해 놓은 건물들이 많아 북경보다 더 중국스러운 도시처럼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도시 같다. C 3-2하지만 공기가 굉장히 안 좋고 숙소가 비싸다. 결국 처음 묶었던 빈관으로 다시 돌아온다.

밥을 먹으면서 효일이가 차량 비용이 들더라도 아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 어떻겠냔 제안을 한다. 사실 내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가 이곳에 사는 중국 아이여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여행 경비를 같이 쓰는 입장에서 내가 후원하는 아이를 보자고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효일이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란란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만나보고 싶다고 말하고 화요일 쯤에 방문하는 걸로 약속을 잡는다. 아이들이 잘 따르는 사근사근한 성격이 아니라 만나면 괜히 어색해 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설레는 마음이 든다.

밥을 먹고 꼬치집 앞을 지나가다 유혹을 참지 못하고 들어간다. C 3-4술을 마실 기회는 많았지만 우리 둘만의 자리가 아니어서 우리의 얘기를 많이 못했었다. 싸구려 고량주병과 맥주병이 좀 쌓이자 서로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장기 여행자들이 대부분 혼자 일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제 몸 챙기기 바빠 아무것도 아닌 작은 행동도 서로에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일 거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여행 끝까지 같이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여행 시작 전부터 염두 해 두었던 일이다. 그건 누구와도 마찬가지일거다. 우리 또한 작은 불만들이 쌓여 있었고 언젠간 서로 떨어져 다닐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오간다. 애초에 그런 상황을 염려해 상대방이 없으면 힘들어지게끔 짐을 분배했지만 서로에 대한 불만이 그 힘듬을 넘어서면 자연스레 갈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여행 삼 개월째. 이른 건지 늦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대화 역시 둘의 여행에선 중요하다. 둘 다 불만을 바로 말하기 보다 담아두는 성격이라 이런 자리를 통한 대화를 자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