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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10시에 미팅을 잡아놔서 밍기적거리지 못하고 일어나 가볍게 만두로 끼니를 채우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플랜 차이나 사무실에 간다. 란란 아줌마가 웃으며 반겨준다. 오늘의 일정과 내일의 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고, 우리에게 방문 후원자용으로 보이는 선물을 건낸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심플한 컨버스 토드백 안에는 플랜 차이나 소개 팜플릿과 후원아동을 만나는 후원자가 지켜야 할 사항이 적혀있는 리플릿, 그리고 티셔츠가 들어있다.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플랜을 방문할 때도 이런 아이의 그림이 담겨 있는 가방을 얻을 수 있다면 뜻 깊은 컬렉션이 될 것 같다. 프로젝트 사업총괄 담당자와 만남이 늦어져 물어보니 마침 오늘 홍콩의 한 방송국에서 촬영을 왔다고 한다. 시간이야 넉넉하니 상관없는데, 갑자기 방문 후원자로 왔으니 인터뷰를 해 줄 수 없냐는 부탁을 받는다. 플랜과 같은, 초등학생도 알아들 수 있게 말해 착한 일을 하는 단체에서는 거절이란 굉장히 실례가 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 때문에 승락을 한다. 뭐 특별히 거절할 생각은 없었지만 문제는 영어 인터뷰라는 데 있다. 방송을 좀 아는지라 한국말로 하고 번역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지만 간단한 질문에 간단한 대답이면 된다고 해서 그냥 알았다고 한다. 잠시 후 PD와 만나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있으니 라이트가 켜지고 카메라가 세팅된다. 인터뷰 촬영은 많이 해봤어도 내가 한 적은 없어서 이런 낯선 곳에서의 인터뷰가 좀 부담스럽다. 간단한 질문에 훨씬 간단한 대답으로 떠듬떠듬 인터뷰를 끝낸다. 경험상 이건 통편집이겠군…이라고 씁쓸해 하고 있는데 역시나 한국말로 다시 하잖다. 반가움 반 부끄러움 반이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수학, 물리 잘하고 영어, 국사 못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 반대인 학생이 있는데, 난 절대적으로 전자에 치우친 학생이었다. 남들 손도 못 대는 수학 문제 하나 잡고 세, 네 시간 걸려 풀어낸 것 가지고 왜 그렇게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근의 공식 따위도 생각나지 않는 것 보면 다 쓸데 없는 짓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전공이 너무 싫어 문과와 이과의 차이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과는 인간의 질서에 대한 학문이고, 이과는 우주의 질서에 대한 학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심적 성향은 전자인데 수학 점수 좀 잘 나온다고 몰빵해서 공대에 갔으니 학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그만 둘 수 밖에 없다. 역시 교육제도가 문제야… 라고 변명한다. 어쨌든 홍콩방송도 탈것 같으니 고졸로서 성공한 셈인가?

인터뷰가 끝나고 란란 아줌마가 사무실을 돌며 플랜 차이나에 대해 설명해 준다. 프로젝트 사업총괄 담당자와 만나 우리 영상을 위한 간단한 인터뷰를 한다. 내일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무실을 나온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무슬림 거주 지역 구경을 간다. 사실 이슬람교는 중동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 넓게 퍼져 있는데, 언젠가부터 이슬람은 아랍이라는 편견이 생겨 색다른 중국의 모습을 기대하는 누를 범했다. 중국의 이슬람은 우리와 다르게 그 역사가 깊어 히잡이나 남자 머리에 쓰는 작은 빵모자(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요)가 아니었으면 이곳이 무슬림 지역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심지어 중국 최대라는 모스크도 일반 사당같은 중국의 전통적인 건물 양식이다. 시장 한 켠에서 주전부리로 과자 하나 사먹고 빈관으로 돌아온다.

효일이의 병세는 없어진듯한데 코가 막혀 맛을 느낄 수 없다며 투덜거린다. 걱정 마라. 맛난 거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