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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이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인 이유는 바로 진시황릉과 병마용 때문이다. 유적에 큰 감흥을 느끼진 못하지만, 굵직한 것들은 봐두기로 했기에 시내 버스를 타고 30km 정도 떨어진 병마용으로 간다.

겨울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다. 90위안 짜리 입장권을 산다. 이틀 뒤, 그러니까 12월부터 2월까지는 비수기 요금이 적용돼 65위안을 받는다. 속이 쓰리다. 1km 남짓 기념품 상점의 호객행위를 지나치니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다시 수백 미터를 들어가면 세 개의 전시장이 있다.

첫 번째 전시장은 일반적인 박물관처럼 출토된 유물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개별적으로 전시돼 있다. 총 길이가 100m정도 될듯할 정도로 간단하다.

두 번째 전시장은 병마용들이 서 있던 자리만 휑하니 남아있는 터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이자 세 번째 전시장에 들어서면 비로서 사진으로 봤던 병마용 무리들이 보인다. 축구장 넓이 정도 되는 곳에 3분의 1정도는 병마용이 차 있고, 나머지는 빈 터이거나, 발굴 진행 중인 상태다. 수천 개의 병마용이 발견됐다 하던데 대부분은 따로 보관하나 보다. 가까이에서 생생한 표정을 보고 싶은데 겉으로만 빙 둘러쳐진 길로 위에서 내려다 볼 수 밖에 없는 게 아쉽다.

지면에서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있는데 2000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는 게 신기하고 그래서인지 보존상태가 좋다. 도대체 얼마나 큰 권력이기에 이런 것들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보면 당시 관리들은 이런 대규모의 공사를 환영했다고 하는데, 이유는 공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공사비가 크게 책정되고, 그 만큼 뒷돈으로 챙길 수 있는 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반 백성은 죽어나고 관리들은 호의호식한다. 수천 년이 지났지만 세상 돌아가는 꼴은 옛모습 그대로다. 일이 형평성에 맞게 치워졌다면 하나도 같은 표정이 없다는 무뚝뚝한 수천 개의 병마용 중에 하나 정도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저 제 후손들 관광 수입 올려주는 걸로 만족할 수 밖에…

유적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기에 실망도 감흥도 없이 병마용을 빠져 나온다. 진시황릉을 가려 하지만 걷기도 귀찮고 가이드 북에도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는 덩그라니 놓여있는 고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있어 버스에 올라 시내로 돌아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흥미를 못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죽어있는 것은 살아있는 것 만큼 흥미롭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은 행동하는 것 만큼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법이다.

기차역에 가서 쿤밍으로 가는 기차를 알아보려 하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그 엄청난 줄서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자전거를 어떻게 실어야 하는지 물어보는데 누구도 정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는다. 하루빨리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