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인천 제2여객터미널.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지만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그런 곳은 대게 그러고 마는 경우가 많은 데, 결국 왔으니 하나는 성공한 셈. ‘시작이 반이다.’라는 얘기는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C 1-1애초 계획보다 많이 늦어지는 바람에 기대감이나 설렘은 사라진 지 오래고 잠시 가졌던 두려움마저도 사라졌다. 그냥 자전거에 짐이 많다는 사실이 짜증날 뿐이다. 처음 짐을 쌀 때 한 시간이나 걸렸던 짐 싸기가 배를 타는 과정에서 급속히 빨라 졌다. ‘엑스레이 촬영 - 버스 타고 배로 - 짐 선적’ 과정에서 두 차례씩 짐을 풀고 묶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스피드가 붙었다. 짐이 많은 것이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줄일 수 있는 짐이 많지 않다. 적응하는 수 밖에.

4인실 방엔 비수기라 그런지 효일이와 나 뿐이다. C 1-2다행스러운 일. 자전거를 들여놓고 하룻밤을 보낼 세팅을 한다. 간단히 정리를 하고 배를 돌아보니 뭐 특별한 것은 없다.

배가 출발하고, 멀어지는 인천. C 1-4주위에서는 중국말이 들린다. 아무리 무덤덤해 졌다지만 그건 결국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체감하는 상황이 변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실감이 나고 있다. 진짜 출발이로구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저 땅을 다시 밟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디 거창한 계획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방으로 돌아와 론리를 보다 잠이 든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준비를 많이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준비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그런 마음 속 불안을 반영한다. 그냥 결정하고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밥을 먹으러 간다. 육개장과 만두. 각종 밑반찬이 있는데 정신이 없어 깜박했던 현실이 혀를 감돈다. C 1-3아~ 이 양고기의 구린내, 으~ 이 고수의 감당이 안 되는 향미. 떠났다는 사실이 한 번에 다가 온다. 앞으로의 오랜 일정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고수를 적응 한다면 난 진짜 여행 고수가 되는 거다.

담배를 한 대 피운다. 바닷바람이 매섭다. C 1-5돌아오니 다시 졸리다. 책을 더 보려고 하지만 그냥 잔다. 분주한 소리에 잠이 깬다. 효일이가 일출을 보러 가려 하고 있다. 난 관심 없다. 그냥 머문다. 잠도 자 만큼 잤다. 일어나서 오늘을 준비한다.     C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