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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어제 하루 종일 윗옷을 벗고 있었더니 온 몸이 벌겋게 익었다. 등이 따끔따끔하다. 짐을 싸고 짧은 휴가를 마무리한다. 햇살이 뜨겁다. 이제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달리는 길이 신통치 않다. 라오스의 길이 최악 중 하나라고 하던데 아마 오늘 달리는 이런 길이지 싶다. 울퉁불퉁한 노면에 먼지가 가득하고 군데군데 진흙탕이다. 자전거로 달리기엔 최악의 길이다. 길도 그런데다 월요병처럼 휴식 후에 달리는 길이라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그렇게 네댓 시간을 달린 후 저녁 겸 잠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니 가라오케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런 시골 산골에 가라오케라니… 장사 속 밝은 이의 처사가 분명하다. 식당이 그곳 밖에 없으니 그곳에서 밥을 먹는다. 저렴한 쌀국수를 시켰는데 한참 후에 밥을 포함한 정찬이 차려진다.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물론 가격도 훨씬 비싸다. 물릴 순 없는 노릇이니 배터지게 먹는다.

식당 주인 아저씨는 잘 곳이 있다며 옆집을 소개해준다. 친구 집인 것 같은데 더운 여름 지열을 피하기 위해 기둥을 세워 바닥을 지면과 떨어뜨려 놓은 베트남 전통 가옥이다. 누굴 받기 위한 숙소가 아니기 때문에 창고처럼 쓰이는 것 같은 한 쪽 공간을 치워준다.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다. 이런 곳에 돈을 주고 자다니… 5만동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3500원쯤 하는 돈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 동안 호의에 대해 너무 당연시 했다는 생각이다. 3500원 돈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어쩌면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이다.

짐을 정리해 놓고 딱히 할 일이 없어 꼬마 애들과 베트남 식 공기 놀이를 한다.  C 10-1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과일을 공기돌로 쓰고 대나무 가지 열 개를 이용한 놀이다. 나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걸 굉장히 못했는데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오히려 아이들과 더 잘 지내는 것 같다. 어느 곳엘 가도 아이들은 환한 웃음을 지어준다. 그 웃음이 정말 큰 힘이 된다.

맥주를 사온다. 집 난간에 앉아 소박한 새해맞이 준비를 한다. 베트남도 음력을 세서인지 조용한 밤이다. 맥주를 한 잔하고 있으니 식당 주인과 집 주인 아저씨가 동참한다. 둘 다 우리 또래다. 어디 가나 느끼는 거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도 두 세시간 동안 떠듬거리다 보면 오랜 친구가 된 느낌이 든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서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C 10-212시가 지나고 2010년이 된다. 오늘 역시 여느 밤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조용히 나는 35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