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8. 베트남 어느 강가 옆에서 1 (12월29일 am7:30 ~ 12월29일 pm10:00)
2010. 2. 10. 04:20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잠이 깬다. 여기가 뭣 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잔 곳이 오토바이 주차장이라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짐을 싸고 출발한다. 사파에서 출발한 이후 길은 500m 정도 오르고 내려서 마을을 거쳐 다시 오르고 내리는 길의 연속이다. 아침 겸 점심으로 역시 쌀국수를 먹고 다시 달린다.
작은 강이 옆에 보인다. 주변 풍경이 멋지다. 앞으로 70여km는 이 강줄기를 따라 갈 듯하다. 열대 우림의 느낌이 나는 길을 달리려니 좀 아쉬운 느낌이 든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마침 작은 마을이 나와 돼지고기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산다. 어디 터 좋은 자릴 잡고 하루 놀다 가야겠다. 난 물놀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여행 후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다.
좋은 자리를 찾아 물가로 내려간다. 주변 풍경이 멋져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텐트를 펴고 넓적한 돌을 구해 고기를 굽는다. 아~ 이 얼마만의 느껴보는 맛이더냐. 중국에서 양고기구이 실패 후 내심 이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걸 바로 꿀맛이라 하지. 경험해보지 않은 자는 알 수 없는 맛.
날이 곧 어두워진다. 배부른 우리는 여행의 행복에 대해 대화한다. 사실 이곳의 풍경은 열대 식물들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동강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찾아간 곳과 만난 곳의 차이다.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곳에 자리를 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선택한 여행 방식의 장점이다. 달빛이 술잔에 비치니 오래 전 선배가 술자리에서 읊었던 이태백의 시 한 소절이 떠오른다.
[세상에 살다가 뜻을 얻었으면 모름지기 즐기기를 다할지니, 술잔에 헛되이 달빛만 채워서야 되겠는가]거기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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