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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언제나처럼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간다. 돌아와서 효일이가 작업하고 있는 사이 자전거를 정비한다. 이제 다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전거가 골치 아프다. 윈난에서 당했던 사고와 험한 라이딩 때문에 페니어 거치대 상태가 말이 아니다. 가능한대로 응급처치를 해 놨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한 달 정도는 산길을 달려야 하는데 걱정스럽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어제 노래를 불렀던 카페 종업원이 나와 잡는다. 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있다고 만나보라는 것. 여행 후 처음으로 한국 여행자를 만난다. 한 아저씨와 한 여자와 두 여자의 동석자리. 일행 중 한 분이 인터넷으로 우리의 영상을 봤다며 간단한 협연을 제의한다. 그 아저씨는 몽골의 전통 악기인 타쇼르를 가지고 있다. 내가 맞출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 같지만 식사 후 만나기로 한다.

밥을 먹고 오니 그 일행은 여전히 카페에 있다. 우쿨렐레를 들고 카페에 들어선다. 간단히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한다. 아저씨가 타쇼르를 꺼낸다. 다행히 다른 손님이 없어 소박한 우리들만의 쇼가 시작된다. 마그네틱 필즈의 노래와 나의 노래를 부른다. C 5-2그 아저씨의 악기 연주 실력은 상당해서 내가 부르는 걸 즉흥적으로 맞춰준다. 아저씨는 우쿨렐레를 집어 들더니 바로 연주를 한다. 처음 든 악기를 그렇게 연주하니 상당한 내공이다. 부럽다. C 5-1 그렇게 작은 무대를 마치고 2차로 술자리. 어제 카페 종업원인 ‘능', ‘청'과 샤브샤브와 비슷한 요일인 ‘핫폿'을 먹기로 해서 같이 가서 한 잔 한다. C 5-3여행지에서 여행자들끼리 모이면 항상 자기 여행 얘기로 바쁘다. ‘미나' 와 ‘나래' 두 친구는 연말 휴가로 잠시 여행 온 3일차 여행자라 잘 끼어들지 못한다. 여행자들의 대화는 항상 겸손한 듯 일방적이다. 초면이니 서로를 모르고 다음날 볼 사이도 아니라서 더욱 그렇긴 하겠지만 그런 게 좀 아쉽다. 여행 경험이 무슨 계급장도 아닌데 여행지에선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여행자에게 여행경험이 재산이다. 어떻게 보면 그건 가진 자가 우쭐해 하는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사회를 벗어나 자유롭게 떠돌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그때와 똑같은 행동방식을 취한다면 자유를 부르짓는 여행자로서 함량 미달인 경우가 아닐까? 그 전에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난 언제나 듣는 여행자 입장이었으니까.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